김유신은 최초 화랑단(花郞團)의 한 사람이었으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화랑의 엄격한 수행(修行)보다도 분칠한 여인의 살냄새를 즐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매일 같이 기방에서 술을 마셨다. 남보다 기운이 장사였으므로 여인을 보면 한층 더 열중하였다. 밤이면 집을 나와 기녀 천관(天官)의 집에서 술과 색으로 밤낮을 분간치 못하였다. 지엄한 자당(慈堂)의 눈을 피하여 천관의 집에 드나들기를 무릇 한 달,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모친은 피골이 상접하여 눈에 정기 하나 없는 김유신을 발견하고 질겁을 하였다. 회초리를 앞에 놓고 종아리를 치며 그의 자당은 김유신을 엄계하는 것이었다. 「내 이미 늙어 병들 나이에 이르렀고, 오로지 네 한 몸이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크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네가 눈에 정기는 없고, 밤낮으로 여색에 탐욕하니 뉘 집안이 망한다해도 곱게 망해야 할 게 아니냐」 김유신은 모친의 엄계를 들은 후부터 천관의 집에 발을 끊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예 훈련에 지친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김유신이 탄 말이 옛날에 자주 자니던 기생 천관의 집으로 들어갔다. 김유신이 나타나자 기생 천관은 울며 불며 낭군의 변심을 원망하여 「어찌 그리도 무정탄 말이오」 하였을 때에야 비로소 김유신은 천관의 집이란 걸 깨달았다. 김유신은 칼을 빼어 한 번에 말 머리를 내리치니 말은 머리와 몸뚱이가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이 놈의 말이 눈이 멀었나니」 김유신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후 김유신은 발심정진하여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강경한 의지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한편 기녀 천관은 말 머리를 벤 곳에 절을 지어 천관사(天官寺)라 이름 짓고, 삭발하고 중이 되어 불교에 귀의하며 한평생을 김유신의 영달을 빌며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