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필성/칼럼니스트

총선 후 여야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60)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양자대결 구도에서 안철수(51)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총선 직후 실시된 조사인 만큼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과시한 박위원장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행보 여부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안원장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총선직후인 12,1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간 양자대결 조사에서 박 위원장이 47.9%로 안 원장 44.8%를 3.1%포인트 앞선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리얼미터 양자대결 조사에서 박 위원장이 안 원장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한국갤럽이 11일 총선 직후 19세 이상 투표 참여자 800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서도 박 위원장 41.5%로 안 원장 35.9%를 9.2%포인트 차로 제쳤다.

안 원장의 부친 안명모씨는 부산에서 범천의원을 경영하는 의사다. 안 원장의 아내 김미경(50)씨 역시 의사이면서 서울의대 교수로서 워싱턴주립대 법학박사이다. 부친은 당초 대선설이 나왔을 때 이를 반대했다.

안 원장이 고향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만큼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지난 3일 전남대를 찾아 강연에 앞서 학생회관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를 발견한 학생들이 ‘안철수다’ 라며 모여들기도 했다. 그는 강연에서 “내 아내가 호남 출신이고 처가가 여수에 있다”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강연 후에는 선물로 준비해온 ‘앵그리버드(스마트게임캐릭터)’인형을 던져줘 1,400여 명의 청중이 환호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4일 대구 경북대학에서 열린 ‘안철수 교수가 보는 한국경제’라는 특강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6일 저녁 정치권은 갑자기 ‘안철수 부산행’ 소식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발생했다. 총선 이틀전인 9일 부산에서 특강을 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동은 서너시간 만에 끝났다. 안 원장이 고민 끝에 부산행을 접기로 했기 때문이다.

‘청춘콘서트’로 전국을 누비며 안 원장이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 매체가 16일 안 원장이 총선 전 야권 중진을 만나 대선 출마 결심을 밝혔다고 보도해 정치권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측은 ‘기사에서 거론된 야권 중진이 누구냐’고 언론에 되묻는 등 보도내용을 일단 부인했다. 안 원장의 측근인 한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사실과 맞지 않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안 원장과 가장 가까운 정치권 인사로 꼽히는 민주통합당 김효석 의원도 “지금 상태에서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는 좀 이르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다양하게 반응했다. 안 원장이 총선 전 대학 특강 등을 통해 사실상 정치행보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선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 정세균 상임고문은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와 잠재적인 대선후보들과 경쟁하는 게 좋다”고 말했고, 박지원 최고위원은 “안 원장은 돕는 사람들에게서 몇 차례 만나자는 제안을 받아본 적은 있다. 정치는 본류에 들어가서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종걸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안 원장은 현재 야권의 가장 큰 대안”이라며 “당에서도 총선 실패와 멀리 있으면서도 컨텐츠를 갖춘 안 원장에게 정치 입문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안 원장이 대학을 순회하며 젊은 사람들 위로는 열심히 하는데 정치문제 해결능력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안철수는 장사꾼이다. 계산을 굉장히 용의주도하게 한다. 시들어가는 정당에 뛰어들지 않는다”면서 “박 위원장이 큰 위협을 받을 걸로 보지는 않는다. 안 원장이 일반적으로 인기가 조금 있을 뿐이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이나 모든 면에 있어서 아무도 제대로 된 평가를 안하고 있다. 실질적인 검증 절차로 들어가면 어떠한 형태로 밝혀질지 지금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설 비대위원도 “지금 안 원장은 이미지만 있는 상황 아니냐”며 “정치를 시작하게 되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검증을 받고 깎여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고건 전 총리의 예를 들면서 “무색무취한 화합형 리더십이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총선 이후 정국의 유동성이 커진 만큼 여의도의 추이를 지켜보며 결심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고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안 원장 주변에서도 “지나친 장고(長考)에 따른 ‘안철수 피로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