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종 때의 화창한 봄날, 서대문 밖 천연정(天然亭)에 장안의 내로라하는 문인묵객(文人墨客)들이 모였다.

이 자리는 새로이 평안감사(平安監司)로 부임하는 김상국(金相國)의 축하자리였다. 평안감사는 외임(外任)으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호강감사라고 불리우는 것이 평안감사였기 때문이다.

수 많은 기생과 처첩에 둘러 싸여서 사는 자리이니 남아로 태어나서 어찌 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랴.

취흥이 도도해지자 한 풍류객이 김상국에게 자네가 평안감사로 부임한다니, 한 가지 알려줄게 있네, 평양에 일지매란 기생이 있는데 그 아름다움이 어떠한지 일지매로 인하여 평양 성중이 환하다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지금껏 누구의 수청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일세.

이 때 임백호(林白湖)라는 풍류남이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한번 그 일지매를 꺽어보겠오. 그도 그럴것이 일찍이 평안감사로 부임하고서 일지매를 수청하였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에 서울로 서찰을 보내 임백호에게 평양에 내려 오도록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임백호는 평양에 내려가 어물장수로 변장하여 몇날 몇일을 허송하다가 하루는 일지매의 집 문간에 노숙을 하도록 작전을 세워 성공하니 달이 밝은 밤에 일지매의 거문고 소리에 맞춰 대금을 불어 일지매의 마음을 사로잡아 두 사람이 하룻밤을 꿈처럼 보냈는데 다음날 일지매를 감시하던 사령들에게 두 사람이 포승줄에 묶여 김상국의 앞에 나아가게 되었으니, 김상국이 깜짝 놀라 임백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이를 본 일지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