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 나무를 개똥나무라고 부른답니다. 그 큰 나무의 줄기는 울퉁불퉁한 옹이투성이라 재목으로 쓰려고 해도 먹줄을 칠 수가 없고, 작은 가지들은 심하게 뒤틀려 있어서 자를 댈 수도 없다오. 길가에 우뚝 서 있지만 나무의 질이 그 모양이어서 목수도 거들떠 보지 않아요」라고 혜자가 쓸모없는 나무에 대해서 말하자 장자가 이에 대꾸했다.

「지금 그대는 그 큰 개똥나무를 어찌 쓸모가 없다고 근심하는거요! 그런 근심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내 알려드리겠소. 먼저 그 큰 나무를 아무 것도 없는 고장이나 광막한 들에다 옮겨 심어놓고 볼 일이오. 큰 나무이니 그 모양인들 오죽이나 의젓하고 좋겠소?

그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은 또 얼마나 크고 훌륭하겠소? 어째서 그대는 그러한 나무의 곁을 왔다 갔다 하거나 그늘 아래 노닐다가 가끔씩은 드러누워 낮잠이라도 잘 생각은 않는거요?

그 나무는 도끼에 일찍 찍히지도 않을 것이며, 그 누구로부터 해침을 당하지도 않을 것이 확실하오. 그런 나무를 두고 어찌 쓸데가 없다고 괜한 걱정을 하는거요. 그 나무와는 아무 상관 없는 마음의 괴로움을 스스로 사서 하다니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군요」

장자의 말에 혜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쓸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록 속됨을 뛰어넘은 안목에서 볼 적에는 더욱 크게 쓰일 수가 있는 것이다.

“무용”은 곧 ‘쓸데 없음’이야말로 크게 쓰일 수 있는 것임을 장자가 강조한 대목으로 속된 세상의 가치 판단 기준이나 속된 생각에 얽매이지 말라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