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필성/칼럼니스트

3선 의원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의정생활을 지난 29일 대과없이 마무리한 조배숙님께 먼저 ‘수고하셨다’란 말을 전하고 싶다.

명문고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법대를 나와 우리나라 최초의 여검사의 자리에 올랐고 이어 16대부터 국회에 입성해 18대까지의 과정은 순풍에 돛 단 듯 화려하고 순조로웠다.

그중에서도 국회의 꽃인 문화관광위원장을 지내는 등 조배숙의 앞날은 끝인줄 모르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3선이면 정치계의 9단이요, 중진이요, 원로다. 하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지금까지 조배숙을 키워준 민주통합당의 공천에서 탈락했다.

며칠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결심한 조배숙과 그 발대식에 같은 처지에 놓인 전주 완산 갑의 신건은 재선을 노려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실패했지만  군산의 강봉균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들의 성공을 빌었다.

선거전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격전이였다. 조배숙은 그의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는 ‘나는 남편도 없고 자식들도 없다’는 호소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 안귀옥 여성변호사는 이번 총선에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아 인천남구 을에서 싸웠지만 3만6천619표란 적지 않은 표를 얻고도 아깝게 떨어졌다.

안변호사는 실향민으로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여공(女工)과 행상(行商)으로 전전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하며 초·중·고까지를 검정고시로 마친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26세에 인천대 법학과에 입학하여 그후 최초의 모교의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명예를 얻었다. 이후 남구청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이후에도 면학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고려대 대학원 법학박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연세대와 고려대의 외래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왜 안변호사를 등장시켰는가하면  조배숙님의 후배사랑의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배숙님은 안귀옥변호사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의 총리를 지낸 나가소네 야스시로 전 의원은 도쿄제국대학을 나와 무려 20선의 의원을 지낸 기록을 세웠다. 친한파 의원으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지금은 90세를 넘긴 나이에도 도쿄의 중심지 수상관저와 의원회관이 있는 ‘가스미카세키’에 개인 사무실을 두고 여기에 출근하는 노익장을 보이고 있다.

또 옛 자유당 시절부터 국회의 다선의원을 지낸 김진만 전 의원은 5·16으로 국회가 문을 닫고 있을 때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이 너무나 지겨워 정말 답답하더라면서 다시 공화당의 의원이 되어 정치활동을 계속한 그는 동부그룹의 창업자이다.

한때 여당인 공화당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서영훈 대한적십자 전 총재는 지난 의정생활을 회고하면서 ‘정치판은 정말로 X판이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회를 바라보는 눈은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조배숙님! 오랜 정치활동을 통해 때로는 잔혹한 면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고 본다. 지금은 지칠대로 지치고 허탈한 마음으로 가득하리라고 본다.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정신을 다잡고 비장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설 때이다. 그게 익산시민을 위한 보답의 길이라고 본다.

조배숙은 이번 낙선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각오를  보이면서 당분간 자숙하는 마음으로 지내며 책을 보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마감하고 나면 살던 지역구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조배숙님은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로로서의 정치인다운 자세를 잊어서는 않될 것이다.

조배숙님!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처럼 서민속으로 섞여 살면서 새로운 길을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며 인천상륙작전의 주역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은 미의회에서의 퇴임사에서 ‘老兵은 죽지않고 그져 사라질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조배숙님께 이말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