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기 초나라의 애국시인 굴원(기원전 340~278)은 회왕(懷王) 때 좌도란 벼슬을 지냈으며, 풍부한 교양과 고상한 인격을 바탕으로 회왕의 신임을 얻어 대신으로 발탁되었다. 그러나 조정 대신들은 시종 강직하기만 한 굴원을 존경하면서도 멀리했다. 결국은 상관대부 근상의 모함으로 추방되어 길을 가던 도중 멱라수에 이르렀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가 원망스러웠고, 자신의 충정이 죄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이 분했다. 이 때 강변에서 한 어부를 만나 나눈 대화를 보자. 우리에게 어부사로 잘 알려진 글이다.

“아니, 당신은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시오? 헌데 어찌하여 여기까지 오셨소?”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두가 취했는데 나만 깨어 있어서, 이렇게 쫓겨난 것이라오”

 “대저 성인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밀고 밀리는 것이오. 온 세상이 혼택하다면서 어째서 술 찌꺼기를 먹고 그 모주를 마시지 않는 것이오? 대체 무슨 까닭으로 아름다운 옥과 같은 재능을 가지고도 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단 말입니까?”

“듣자하니 머리를 새롭게 감은 사람은 옷에 묻은 티끌을 떨어버린다고 했소. 깨끗한 몸을 가진 사람이 때 끼고 더러워진 것을 어떻게 받고 견딜 수 있단 말이오? 차라리 장강에 몸을 던져 물고기의 뱃속에서 장례를 지낼지언정 어찌 희고 깨끗한 몸으로 세상의 먼지를 뒤집어 쓴단 말이오?”

 말을 마친 후 돌을 끌어 안고 멱라수에 뛰어들었다. 굴원은 중국 문학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낭만주의 시인이자 애국시인이다. 그리고 북방의 시경(詩經)이 나온 이후 전국시대 남방의 초나라 사람들에 의해 창작된 새로운 시체인 초사의 시조이자 대표적 작가이기도 한다. 굴원은 조국을 너무 사랑했고,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끝까지 견지했으며, 그 결과 불우하게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