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아침, 저녁으로는 싸늘하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가을하면 누구나 천고마비를 떠 올리며 책을 읽는 시간, 사색의 계절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정말로 말뿐이 아니라 이번 가을은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4년이 지방선거이다. 2014 지방선거는 정당공천제폐지라는 새로운 환경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더욱 지방의 정가는 고요속의 바람이다. 정치인들에게, 내년을 생각하는 이에게는 가을쯤 되면 2014년의 선택에 대한 나름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색의 시간을 권한다. 성찰의 시간을 권하고 싶다. 내년을 생각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유권자, 시민들도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 보는 기회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걸어 온 길을 다시 한번 되돌려보면 무엇이 부족했고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사색과 성찰이 참 부족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뒤를 돌아보고 가다듬는 일에 인색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같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잘못하고도 무얼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쳐 버린다. 고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나 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 하나 평가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얼 고쳐야 하는지 우린 어디쯤 가고 있는지 항상 점검하고 되돌아 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행정이나 정치권에 대해서는 무섭게 평가하고 비판하고 감시하고 바른 말만 해대지만 막상 우리 자신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잊고 있다.

성찰하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을 들추어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서이다. 새로움은, 변화는 과거에 대한 성찰의 길위에서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아는 『논어』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바로 그것이다. 원문을 그대로 옮겨 보면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로 일반적으로 “옛것을 알고 새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란 뜻으로 해석되는데, 필자는 달리 해석한다. 여기에서 성찰과 평가를 찾는다.

“옛 일을 되살려 새롭게 깨닫는다면 그것으로 스승을 삼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옛것과 새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만 해석하지만 단순히 그런 의미가 아니다. 온(溫)이라는 말이 옛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식은 것을 다시 되살려 데우는 과정이 溫이며 지(知)는 아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다는 뜻이다. 즉, 과거에 대해 성찰하고 성찰함으로써 그 곳에서 새로움을 깨닫고 배운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추체험이다. 과거의 체험을 통해 미래를 밝히는 과정이 바로 추체험이다. 지나간 과거가 이미 흘러 가버린 물과 같지만 그 속에서 배우고자 한다면 깨달아진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아니 공자님 말씀대로 그 깨달음이 자신의 스승이 된다.

내년을 생각하는 이는 지금이야 말로 그런 기회이다. 겨울만 되어도 준비해야 할 것,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서 참다운 성찰의 기회를 갖기 힘들다. 자신이 걸어 온 길을 한번 반추해 보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나의 나아갈 길을 찾아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어떤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과연 내가 무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를 더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시민분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진정 무얼 바라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속에서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 “부끄러움”을 바로 보는 것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이 역시 『논어』에 있다. “행기유치(行己有恥)”, 즉 "자신의 행동에 있어서 부끄러워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간단하면서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새로움의 출발이다.
이번 가을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움의, 변화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새로운 씨를 뿌리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싸늘해진 밤바람에 옷깃을 세우며 『논어』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