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국정원 댓글 사건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지난 28일 나는 매우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시장, 시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뉴스 보도에 의하면 안 의원은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부작용 만만치 않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줄어들 수 있고, 지역 토호 중심의 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와 민의의 참뜻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공천제는 점진적·단계적 폐지 실시를 제안 한다” 며 “정당공천 폐지는 1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하고, 공천폐지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주민자치 정신에 부합할 경우 그 다음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시 자신의 공약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새 정치’를 위한 핵심 공약으로 자신이 앞장서서 주도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폐지를 원하는 국민에게는 큰 충격이고, 폐지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대선시 안철수 예비후보를 시작으로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까지 모두가 ‘기초 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것은, 폐지를 바라는 국민들의 압도적 열망을 담아낸 것이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2006년부터 기초의회 까지 정당공천을 실시하였던 까닭은 정당의 책임 정치를 기초단위까지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지역 토호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막고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탁하기 위함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러나 한 지역을 한 정당이 독식하는 현실 정치 속에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은 순기능 보다 엄청난 부작용 만을 양산하였다.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일당 독점체제 하에서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는 사라지고 오직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책임만을 다하도록 지방자치가 종속되었다. 따라서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의 발탁이라는 좋은 취지는 물 건너가고 국회의원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만 지방자치가 운영되는 폐단을 낳았다.

국회의원-시장-시의원이 모두 특정 정당 일색이 되어,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감시는 사라지고  부패와 부정의 발생은 필연적인 것이 되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지방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를 원했고, 더 나가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여 대선후보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 한 것이다. 나는 안철수 의원에게  묻고 싶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불과 10개월 전에는 정당공천 폐지의 부작용을 모르고 폐지를 공약을 했다는 말인가?

안 의원의 말처럼 부작용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그래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 다음 차라리 공약파기 선언을 하는 것이 오히려  떳떳하다. 점진적이고 단계적 폐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절묘한 꼼수로 보일 수 있다.

공약은 충분히 검증하여 신중히 발표하고, 이미 한 공약은 반드시 지키며, 공약 이행을 해서는 안 되는 중대 결함이 발견되면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것이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의 출발점이다.

요즈음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많은 우려가 있지만, 아직도 나는 안철수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구도를 깨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안철수의 성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을 마치며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철수 의원과 측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 경험도 없고 조직도 없는 안철수에게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만을 생각하고 전진해야 한다.

지역구도 청산과 새로운 정치의 실현이라는 국민의 명령과 역사적 소명 앞에서 좀 더 철저해야 하고, 보다 더 헌신해야 한다.

‘구 정치’와  차별화 되지 않는 ‘새 정치’는 기만이다.

안철수 의원의 분발을 촉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