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허엽의 두 번째 부인 김씨에게서 출생했으므로 서자는 아니다. 서자란 정실부인이 있는 상태에서 첩을 두어 낳은 자식을 이르는 말이다. 허균의 모친 김씨는 허엽의 조강지처가 죽은 뒤에 혼인했으므로 후처의 신분이었지 첩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처의 자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허균은 갈등과 차별에 대한 심리적 고통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허균이 ‘홍길동전’을 서자 출신 주인공으로 선정한 배경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내보인 것이다.

허균은 큰 벼슬에 올랐지만, 서자에 대한 차별 대우를 뿌리 뽑고 신분계급과 붕당간의 대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이상주의자였다. 이것을 실천에 옮기려면 광해군을 제거하는 대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하면서 친위 세력을 비밀리에 양성했다. 그러고 나서 북쪽에서는 오랑태가 한양을 향해 쳐들어오고 남쪽에서는 왜구들이 쳐들어온다는 헛소문을 냈다. 도성과 궁궐이 전쟁 분위기로 갈팔질팡 하도록 만들고 나서 광해군을 제거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의 모반 계획이 탄로 나서 체포되어 능지처참을 당하게 된다.

‘홍길동전’은 시대적 배경을 세종대로 하고, 주인공 홍길동을 홍판서의 서자로 내세워 활약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주인공 홍길동은 늘 천대를 받고 자란다. 그는 총명하고 학문이 뛰어나고 무술에도 능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멸시를 참지 몫하고 집을 나와 활빈당을 조직한다.

그는 지방의 탐관오리들과 부호들의 재물을 빼앗는 못된 양반들을 괴롭히고, 가난한 백성들을 돕다가 형조판서가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율도국’이라는 이상적인 왕국을 건설해 그 곳의 왕이 된다. 허균은 소설을 통해 양반사회에서 서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또한 임진왜란 이후 집권층의 수탈로 민중들이 저항하게 되었는데, 허균은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민중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했다.

‘홍길동전’ 은 허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 소설로 봉건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한 사회 소설로 갖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