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환자에게 한약을 쓰고 침을 놓다보면 예전에 비해 탕약이나 침이 점점 세지는 것을 느낀다. 성질이 약한 약재보다는 강한 약재를, 살살 놓았던 침이 자극을 강하게 하는 침으로 나도 모르게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험을 쌓으면서 나타나는 탕약처방의 변용이거나 침법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아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왜 그런지 자세히 분석해 보니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강할수록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무슨 문제냐 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효과가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하면 그 말이 맞다.

그러나 그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서의 효과가 근본치료-병의 뿌리치료에 중심을 두는 치료-의 효과가 아니라 대증치료-증상치료에 중심을 두는 치료-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한 것이 잘 낫는다. 강하면 탕약 두 세 제를 먹어야 할 환자도 한 제에 낫고 여러 번 침을 맞아야 할 사람도 한두 번에 효과가 난다. 하지만 효과는 빠르지만 근본치료보다는 대증치료에 자신도 모르게 치우치게 된다. 효과가 빨리 나려면 현재 나타나는 증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에 전체적인 기운을 보고 탕약과 침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효과만을 쫓게 된다.

근본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의 효과가 없으면 환자들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침은 한번만 맞아 보면 안다면서요?”라는 말이 그렇고, 서 너제는 먹어야 낫는 병이라 하면 “한 제 먹어봐서 좋아지면 더 먹을게요”가 그렇다. 어찌 모든 병이 똑같이 침 한 두 번에 나을 것이며 서 너제 먹어야 할 병이 한 제 먹고 좋아질 수 있단 말인가? 그래 한두 번의 치료로 효과를 보기 위해 나 자신도 모르게 탕약이나 침법이 강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시민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이슈화되는 사안에 대해 이슈파이팅은 잘하고 목소리는 잘 높이는데, 근본해결을 위한 노력은 거기에 비해 부족할 때가 많다. 어떨 때는 우리가 혹시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시민단체는 항상 행정을 향해 “전시행정하지 마라”, “땜방식 대처하지 마라”고 하는데 시민단체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아무나 나서지 못하는 일에 나서는 것 자체가 용기이며 사회의 소금이다. 어찌 보면 시민단체의 역할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시민단체를 먼저 이야기 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문제해결에 힘을 쏟기 보다는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 쓰는 병폐가 짙게 깔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립서비스가 난무할 뿐 정말 근본적인 해결의 방향을 잡고 가는 실천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학이편)

그럴듯한 말과 꾸며진 외양이 어짊인 경우는 드물다.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안연편)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송사를 듣고 재판을 함에 있어서는 나도 남과 같이 할 수 있으나, 반드시 송사가 없게 만들어야 하느니라.

아마도 춘추전국시대에도 근본해결에 힘을 기울이기 보다는 명분만을 앞세우거나 자기 자신의 뛰어남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지식인들이 많이 있었으리라. 잘 다듬고 꾸미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근본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며 진정성일 것이다.

희망연대에 갓 들어 온 어느 신입회원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희망연대에 들어오게 된 것은 정성이 보여서에요. 작은 일을 하더라도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좋은 칭찬이며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시민들은 하나  하나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두렵고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떨림 일거라 확신한다. 희망연대가 전시성 영웅호걸 단체가 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