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KIA 타이거즈의 우승 직후 이른바 '이범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감독으로 부임한 이범호 감독은 감독으로서 적은 나이, 갑작스러운 선임, 그리고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등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KIA 야구와 팬을 춤추게 하고, 7년 만에 정상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최근 대기환경사업 업체인 '에코프로'가 임직원들에게 공유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의 우승 비결입니다. 이들이 꼽은 KIA의 우승 비결은 △신구(新舊)의 조화 △포수의 희생정신 △데이터의 중요성 △위기 뒤 기회 △리더의 소통 능력 등 5가지였습니다.

노장의 경험과 신예의 도전정신이 가져온 시너지가 우승을 일구어냈고, 드러나지 않아도 희생정신으로 조직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포지션의 성과를 인정해야 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 분석과 위기 후 찾아올 기회를 통한 성장, 그리고 리더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았던 나성범은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을 ‘호통’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맏형 리더십을 앞세운 KIA는 올 시즌 내내 승승장구했습니다. 특히 턱밑까지 따라온 2위 팀과의 맞대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여유 있게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4승1패로 승리하며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습니다.

이범호 감독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준우승을 한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의 리더십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젊고 유망한 감독들이 보여준 새로운 '믿음의 야구'는 프로야구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선수와 감독이 '갑을관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땀을 흘리며 믿음을 쌓아가는 관계가 되어야 하고 감독이 모든 걸 쥐고 호통치는 리더십이 아닌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임을 교훈하고 있습니다.

모든 우승은 특별하고, 스포츠 역시 시대를 반영합니다. '자격이 없거나 함량 미달인' 리더들이 잇달아 국민에게 시름을 안겨주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통의 리더십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야구장을 넘어 사회계층의 지도자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믿습니다.

경기에서 선수가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을 때, 지도자는 질책을 통해 각성을 유도하려 하는 것이 다반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정확한 진단과 함께 ‘더 중요한 건 다음 플레이’라는 격려와 믿음을 심어줬습니다. 이범호 감독의 신뢰 속에서 김도영 선수는 부담을 내려놓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어 도루 40, 홈런 38개로 보답을 했다고 합니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지도자가 되겠다”라고 감독의 취임 일성을 밝혔지만, 팀 내 최고 선임자인 최형우 선수와 고작 두 살 차이라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면 후폭풍이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호통치는 감독이 아니라 소통하는 형님의 리더십'으로 모든 우려를 이겨냈습니다.

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2군 선수들에게도 귀 기울였습니다. “감독 성향에 따라 팀 전체가 바뀐다"라는 격언을 곱씹으며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승부처에선 과감한 결단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자신의 야구를 강요하기보다는 선수들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주는 데 집중한 믿음은 선수들 하나 하나에게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됐고 이는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 속에서도 KIA가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분단과 분열의 이 시대를 이끄는 정치인과 사회의 리더들이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을 본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회와 공동체의 구성원을 단순히 다그치기보다는 그들의 고유한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격려하는 태도가 조직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책임한 정치 현장과 무분별한 정책과 무대책이 난무하는 지금, 이범호 감독의 ‘믿음과 소통하는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단순한 성과 압박보다는 신뢰와 지지를 통해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낸다면, 의미 있는 변화와 올바른 방향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물론 이범호 감독에 대한 평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프로야구는 내년에도, 이듬해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좋은 성적이 계속 담보되지 않으면 이러한 그의 소통 리더십은 한계나 실패를 지적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범호 감독의 자세, 그의 소통 리더십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