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이강래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80년대 미국 경제는 한국 유학생들이 일자리를 못구해 되돌아 올 정도로 심각했다. Lester Thurow 교수가 “현재와 같은 생산성 증가율로는 미국이 머지 않아 제2의 산업국가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최근 사회주의에 이어 자본주의 경제시스템도 종언을 고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우려했던 금융위기도 일단은 극복해 내고 놀라울 정도의 거시지표를 시현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도 국가경쟁력을 결정 짓는 8대 요소 중 국내경쟁력, 사회간접자본, 금융,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래전 그들은 노동자 1,000여만명을 거리로 내몰고, 특히 90년대말에는 12,000개의 은행이 8,000여개로 축소되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여기서 밀려난 인력들이 지식집약적인 창업을 함으로써 소위‘VENTURE'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은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종은 과감이 포기하고 벤쳐를 만듬으로써 1,000만이 실직해도 곧 1,200만이 새로이 취직하는 탄력성을 불어 넣게 된 것이다. 이걸 두고 망해야 산다고 하는 것이리라.

 어떤 학자가 영국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식량창고를 만들어서 공업화로 갔고, 일본은 우리를 식민지화 덕택에 공업을 일으켰다고 분석하였다. 즉 농업이 충족되면 농업이 망하고,농업이 망해야 공업이 산다.  미국은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공업이 망하고서 일찌기 지식집약적사회로 진입했지만, 일본은 고철덩어리를 이기지 못해 벌렁 넘어져 버렸다. 벌써부터 땅과 자본, 노동력이 지배하는 공업사회는 즉, 유효수요가 지배 했던 사회는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자본집약적 공업도 은행도 망해야 일본은 산다.

‘토플러’의 예언으로 지식집약적사회가 온 것이 아니라 공업이 망함으로써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은 아니다.  지식집약적사회는 의욕만으로는 안된다. 더 깊게 들어가면 필시 창의적 교육제도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찍어 내기식 경직성 교육제도가 망해야 산다.

 한국사람들은 IMF 이전에는 은행은 망하지 않은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망하고 팔려가는 것을 목격했다.그리고 지금 흑자를 내고 있다. 망할 것은 어서 망해야 산다.

‘죠지 길러’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공산주의는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망하기를 밥먹듯이 했기 때문에 살아 남았다”고 했다. 90년대 포츈지 500대 기업중 아직도 남아 있는 기업은 40여개 뿐이다. 1989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539위에 올라 있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세포가 죽어가고 있음이듯이 오기로 망하지 않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다.
 한국에서 망해야 될 것이 버티고 있다면 그것은 대학 이다. 대학이 창의성의 전당이 되지 못하고 닮은꼴을 많이 찍는데만 열중하고, 졸업해도 일터를 잡기는 커녕, 채용을 해도 재교육비용이 엄청나다. 모그룹 회장이 “기업은 불량품이 나오면 바꿔주기라도 하는데, 총장님들은 이렇게 불량품을 만들어 놓고도 리콜을 해 뭘해”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하바드’대의 ‘대학경영편람’에 “대학은 다 민주적으로 해서 잘되는 것이 아니다”고 명시되어 있다. 세계일등대학 치고 교수가 총장 뽑는다는 데가 어데 있어!, 게다가 투자가 없는 교육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그런데 교과부가 한해 대학지원예산으로 불과 몇천억 정도 밖에 생각 하지 않으니 왠만한 지방종합사립대학이 버틸 여력이 있는가. 미국대학의 등록금이 물가지수의 2배정도 올라가는 이유를 묻자 교직원이 “대학은 늘 새것을 주어야 하고, 새것은 2배나 비싸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한다. 어떠튼 이런 아류의 한국식 종합대학은 해체해야 한다. 이제는 망할 차례가 왔다. 그래 빨리 망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