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뒤에 약방문이란 말로 평소에는 방비를 소홀히 하다가 실패한 후에야 뒤늦게 대비하는 것. 또는 일은 다 그릇되어 끝이 났으므로 무엇을 하여도 소용이 없다는 뜻을 지닌 어귀이다.

순오지에 라는 말이 있다. 굿 뒤엣날 장구 친다는 말은 일이 다 끝난뒤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일컬음이요, 말(馬)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양(羊)을 잃어버린 뒤, 즉 일이 실패된 뒤에야 우리를 손질하거나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어떤 일이 다 끝난 뒤, 곧 적당한 때를 잃고 어떤 사고를 당한 뒤에야 허둥지둥 뒤늦게 행동할 때 쓰는 속언들이 많다.

「늦은 밥 먹고 파장(罷場)간다」「경점(更點)치고 문지른다」「열흘 날 잔치에 열하릇 날 병풍 친다」「사후(死後)에 청심환(淸心丸)」「성복(成服) 뒤에 약방문」이라는 말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는 속언과도 같이 한번 어떤 일을 연기하기 시작하면 오래 끌게 마련이다. 또「섣달이 둘이라도 시원치 않다」는 말과도 같이 아무리 일을 미루고 미루어도 현 상태에서 처리하는 것보단 일이 더 잘 될 가망은 거의 보이지 않는 법이다.

「단 솥에 물 붓는 격」으로 형편이 이미 기울어져 버리면 어떻게 도울 수도, 수습할 수도 없는 것이 세상사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떤 일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이 그만큼 중요시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사십초말(四十初襪)

갓마흔에 첫버선이란 뜻으로 나이 들어서 늦게야 오랫동안 바라던 일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을 때 쓰는 말이다.

옛날에 어느 명현(名賢)의 부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바느질 솜씨가 지독히도 없어서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버선하나를 만들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 나이에 그토록 온갖 정성을 다하여 만든 그버선은 자루만하여 지극히 볼품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버선을 짓게 된 것이 무척 대견스러웠던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그것을 신고 제자들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나왔다.

이를 본 어느 제자가 그의 스승이 하도 볼품이 없는 버선을 신고 있는 것을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묻자,「갓마흔에 내 마누라가 지은 첫 버선인데 내가 신어 주지 않으면 누가 신겠는가?」하고 태연스럽게 대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