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법학박사 / 장규원

“소망이란 이름이 여기저기 나부낀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찾을 수 있는 뉴스 하나.

“올해 10월 개소를 앞두고 있는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 아가페 소망교도소의 시설과 프로그램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소망교도소 측에 따르면 지난 2008년 7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현재 … 마무리 되면서 점차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 소망교도소에는 300명 내외의 수형자가 수용될 예정이다. … 소망교도소 측은 이미 수용자들의 1:1 멘토링 등을 담당할 자원봉사자 500여명에 대한 교육을 마친 상태다. 직접 수용자들을 관리할 직원 110여명에 대한 채용작업도 준비 중인데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정공무원 출신과 비교도관 출신 비율이 7:3 내지 6: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형평성 문제에 대해 국영교도소와 구별은 되겠지만 ‘너무 앞서가지는 않겠다, 국영교도소와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영교도소에는 법무부에서 5명의 감독관이 파견돼 교도소 운영ㆍ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게 될 예정이며 관련법에는 매년 1회 이상 법무부장관이 위탁업무에 대한 감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아이엠에프(IMF)로 우리 사회는 경쟁력과 민영화 등이 핫이슈가 되어 요동을 쳤다.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 이를 위하여 민간 부문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공공 부문에서는 민영화가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아무래도 민간이 공공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을까? 그리하여 공공 부문의 민영화는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분야가 민영화되었거나 시도되고 있다. 그 시도는 이제는 가장 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교도소까지 민영화의 바람에 휩쓸렸다.

따지고 보면 범죄자를 수용하여 처우를 꾀하는 장소인 교정시설을 국가에서 운영하든 민간이 운영하든 뭔 상관이 있을까싶다. 옛날에는 노역장이나 감화원 등이 구금시설이었고, 그런 시설은 돈 있는 사람이 국가의 양해 하에 범죄자나 부랑자를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시설에 수용하여 그 노동력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했다는 기록과 같이 교정시설 운영의 기본적 형태는 민간에 의한 운영이었다고 하겠다. 생각에 따라서는 근세기까지 민영교도소가 존재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죄수들을 노예처럼 다뤘다고 해서 금지하기 시작하여 20세기 초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1세기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민영교도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부활한다. 새로운 비즈니스요, 새로운 영역 확대의 수단으로…

“개천에서 용나기는 꿈도 꾸지 마라.”

민영교도소의 아버지 나라 미국 소식을 새겨본다.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있는 카스엘 연방 여자교도소에서 복역한 한 수형자는 지방신문 인터뷰에서 교도소 실태를 이렇게 말했다. “교도소 안에서의 노동은 가혹했다. 수술 직후나 빈사 상태인 중병이 아닌 이상 휠체어에 탄 죄수도 중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시급은 12센트. 인상은 절대 없었다. 그런데 생활에 필요한 건강과 위생 관련 비품은 자비로 사야하기 때문에 부담은 날로 커진다. … 교도소 내의 비품은 시장 가격의 1.5배 정도라고 한다. 치약 하나에 5달러 95센트로, 치약 하나를 사기 위해서 49.5시간을 일해야 한다.”

새롭게 등장한 민영교도소는 실제 사정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다국적 기업의 하나로 꽃피는 교도소 비즈니스로 자리 잡는다. 쓰리 아웃 스트라이크 법은 범죄자가 세 번째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 마지막에 범한 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종신형에 처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과밀 수용의 교도소는 연방이나 주가 직면하고 있는 재정난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열기에 경영의 혁신적 합리화를 위해서는 아웃소싱이야말로 돌파구였을 것이다. 합리화와 효율성이란 이름에 형사사법 정의의 구현이란 교정 이념은 큰 잘못을 저지른 죄인인양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법관념에 의하면 형벌권의 행사는 국가 고유 권한이며 업무이다. 세상이 바뀌면 상식도 변할 수 있기에 새로운 생각으로 형벌권을 정리해보자. 벌을 부과하는 것과 그 벌을 집행하는 것을 칼로 두부 자르듯 딱 부러지게 구분하여 형벌의 부과는 나랏일이지만, 형벌의 집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가슴에 와 닿는가? 그럴 수 있다고 쉬이 수긍이 가는가?

옛말치고 틀린 말 별로 없다. 온고지신, 법고창신이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개천에서 용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난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이젠 거듭나야할 죄수도 거듭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

“이상한 애기죠. 중죄로 투옥되는 범죄자의 80%는 빈곤층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런데도 교도소는 그들에게 다시 빚을 지게 만들어요.” 미국의 한 민영교도소를 나온 출소자 증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결국엔 두 손 모아 기도하긴가?”

온통 일곱 색깔 무지갯빛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영교도소를 운영하려면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 연다는 민영교도소의 법인은 아가페 교정법인이다. 교정시설의 이름은 소망교도소다. 아가페와 소망이라는 이름에서 운영의 주체는 누구라는 것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겠다. 그래 종교교도소다. 일컬어 민영 종교교도소라고 칭하기도 한다.

종교교도소도 민영교도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헌법에 국교를 인정하고 있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아니면 민간이라는 이분법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민영 교도소다.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한 종교교도소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우리라고 성공 못할 리 없다. 그러나 결국엔 두 손 모아 기도하긴가?

교정시설 민영화 논의의 계기는 경제 논리였다. 형의 선고는 국가기관인 법원에서 하고, 형벌 집행은 아웃소싱도 좋다해도 사법(司法) 업무는 정의를 실현하는 업무이다. 사법 업무의 하나를 위임받은 자는 수익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수익을 꾀할 것인가? 간구한 마음으로 올리는 기도로서?

전체 인구보다 종교 인구가 더 많다는 우리는 간구한 마음으로 올리는 기도로 수형자는 교화되고, 형사사법 정의와 수익 증대는 자연스레 조화가 이루어지고, 그래서 밝은 천지가 가능할지 모른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