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물이 너무 맑으면 큰 고기가 살 수 없다

후한시대, 「한서(漢書)」의 저자로 이름난 반고(班固)의 동생 반초(班超)는 무장(武將)이었다. 반초는 4대 명제(明帝) 때 큰 활약을 해 서쪽 오랑캐 땅의 50여 국가를 귀속시켜 한나라의 위세를 크게 떨쳤다.

그는 그 공으로 서역 50여 국가를 감독하여 반란을 방지하는 서역도후보(西域都護府)의 도호(都護, 총독)가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반초의 후임 도호로 임상(任尙)이라는 자가 부임했다. 임상이 물었다. “이곳 서역을 감독하고 다스리는 데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요?”

“자네 성격이 너무 결백해 그게 걱정이네. 원래 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는 살지 않는 법(水淸無大魚)이네. 정치도 너무 엄하게 하면 따르는 자가 없네. 부디 사소한 일은 덮어두고 대범하게 다스리게나.”

그러나 임상은 묘책을 듣고자 했던 기대와는 달리 너무 평범한 조언이었기 때문에 반초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임상은 반초의 조언을 무시한 채 자기 소신대로 강한 원칙을 세워 다스렸다.

그 결과 부임 5년 후인 6대 안제(安帝) 때 이르러서는 서역 50여 나라가 모두 한나라를 배반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역도호부도 폐지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