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수석침류는 직역하면 돌로 이를 닦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는 것인데 자기의 말이 틀렸는데도 끝까지 우기고 어거지 소리를 한다는 뜻으로 진서의 손초전에 나오는 고사다.

진나라의 혼란기에 청담이 유행했는데 청담이란 세속적 명예나 권력보다는 노자, 장자의 사상에 기초해 자연과 벗하며 살겠다는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를 일컫는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하니 노장사상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하다.

손초라는 청년도 벼슬보다는 자연에 귀의하기로 마음먹고 친구인 왕제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기로 했다. “돌로 이를 닦고 물로 베개를 삼고 살겠네”라고 실언을 하자 이에 왕제가 이르길 “돌로 베개를 삼고 흐르는 물로 이를 닦는 생활을 한다는 말이겠지”라고 했다.

손초는 자신이 실언했음에도 구겨진 자존심 때문에 엉뚱한 궤변을 늘어  놓게 된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는 말은 옛날 은둔지사였던 허유선생처럼 허튼 소리를 들었을 때 귀를 정갈하게 씻기 위함이고 돌로 양치질을 하겠다는 것은 이를 잘 닦기 위함이다”라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현직 시의원의 총학생회장 출마와, 낙선 후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수석침류를 들어 총학생회장 선거와 관련된 논란만큼은 종식시키고 싶다.

우선 현직 시의원의 총학생회장 출마가 바람직한 일인지 여부를 따져보려 한다. 시의원은 유권자인 시민의 대리인으로 익산시의회라는 대의기구의 구성원으로서 집행부 견제와 예산심의를 하는 등 법이 정한 직무와 시민권익을 위해 일한다.

시민이 대리인을 대표로 내세울 때는 자신들을 대리해 시의원으로서 충실히 복무하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대리인이 가능한 시의원 업무에 전념해 줄 것을 바라면서 투표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원에게는 회의수당을 비롯해 급여 성격의 의정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더구나 유권자가 수만명에 달하는 지역구의 민생, 익산시의 예산규모 등을 살펴볼 때 의정활동을 잘하려면 시간을 쪼개 살아야 한다. 개인사업체 경영, 당직활동, 학생신분으로서 학업수행도 버거운데 총학생회장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다음은 총학생회장이란 자리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대표로서 학생복지와 인권, 등록금 문제, 자치활동 등 매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한 마디로 학생권익실현 뿐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과 때로는 협상하고 갈등하는 매우 어려운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날마다 상근하다시피 해야 하는 자리로 학업에 충실하기도 어려운 희생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의원이 할 자리가 아니라, 옳은 일이라면 청춘을 불사를 정도로 열정과 시간을 쏟아야 할 자리란 점이다.

만약 국회의원이나 시장이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과연 유권자들이 뭐라고 판단하겠는가. 국회의원이나 시장은 중요하고 시의원은 그토록 한가한 자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두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선출직으로 그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권자를 위한 바람직한 도리와 상식이다.

시민단체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권익실현과 함께 기존의 권력과 성역에 대해 비판의 기능을 수행한다.

오늘날 정치, 경제, 언론이 현실적으로 모든 기능을 다 수행할 수 없다. 정경유착이나 언론기능의 왜곡에 따른 사각지대가 발생하기에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기능을 위해 시민단체는 태동됐다. 시민단체는 시민권익과 사회정의 및 경제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비판적 기능을 본래적 사명의 하나로 삼고 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일도 잘못이지만 시민단체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는 그래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현직 시의원이 유권자를 위해 무한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1인 5역을 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잘못을 지적한 것은 시민권익실현과 사회정의를 위한 비판적 기능을 담당하는 시민단체의 당연한 역할이다. 더구나 현재 시민사회단체협의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희망연대의 대표자나 상근자들은 이미 총학생회장 역할을 수행하며 학생권익실현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온 몸으로 헌신했던 활동가들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총학생회장의 역할을 잘 알고 있기에, 현직 시의원의 출마와 총학생회장 활동이 오히려 학생권익실현에 제약이 되고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필자는 민주화운동, 농민운동, 시민운동의 과정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열정과 헌신, 양심에 따른 행동을 지켜봐 온 선배지만 남북관계를 제외하고 섣부른 훈계를 경계해 왔다. 왜냐하면 상식과 양심에 비춰 그들의 결정과 행동이 시민의 권익과 언제나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현직 시의원이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후 보여준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정당한 행동을 한 시민단체를 항의 방문한 것이나 성명을 발표하는 행위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석침류와 다름없다.

이제 이쯤해서 사리판단이 옳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학생권익실현과 학업, 시의원 활동에 열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실수나 오판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시민단체를 압박하는 일은 학생과 시민들의 마음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조배숙의원은 당직자들의 결정과 선택이 왜 시민의 생각과 괴리가 생기는지 늘상 점검해야 한다.

시민, 학생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으로 바라보면 다 해결될 일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상식에 비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