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 양공(襄公)이 초(楚)나라 군사에 맞서 탁곡(谷)의 강가에서 싸울 때였다. 송나라 군대는 전열을 정비했고, 초나라 군대는 아직 강물을 다 건너오지 못했다. 우사마(右司馬) 구강(購强)이 다가와 아뢰었다. “초나라 군대는 수가 많고, 송나라 군대는 수가 적으니 초나라 군대가 강을 절반쯤 건너 아직 전열을 정비하지 못했을 때 공격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공이 말했다 “과인이 듣기에 군자는 다친 사람을 또 다치게 하지 않고, 머리가 반백인 병졸은 포로로 잡지 아니하며, 남을 험난한 곳과 막다른 곳으로 몰아붙이지 않으며, 전열을 갖추지 않은 적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초나라 군대가 아직 강을 다 건너지 못했는데 지금 공격한다면 대의를 해치는 것이다. 초나라 군대가 강물을 다 건너 전열을 갖춘 이후에 북을 울려 진격 시키도록 하라.”

이에 구강이 말했다. “임금께서 송나라 백성을 아끼지 아니하시면 장사들이 온전치 못할 것인데도 대의만 따지고 계십니다.” 양공이 말했다. “전열로 돌아가지 않으면 군법에 따라 처리하겠다.” 구강이 전열로 돌아왔을 때 초나라 군대는 이미 전열을 갖추고 진지를 구축했다. 양공은 이에 진격의 북을 울렸으나, 송나라 군대는 대패하고 양공은 다리를 크게 다쳐 사흘 만에 죽었다.

군주가 자비를 베풀면 되레 신하와 백성의 기강이 해이해져 범법행위로 처형을 당하거나 외적의 침략을 불러들이며 자비 때문에 결국 더 나쁜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자비와 선심은 대중의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그 기대치를 충족 시킬 수 없을 때 자비와 선심은 되레 대중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자비의 역설이라는 논리가 무조건 엄벌주의와 엄형주의를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진 군주이든 난폭한 군주이든 모두 나라를 망치는 자들”이라고 한비자는 말한다. 백성에게 원칙 없이 난폭한 군주 또한 똑같이 비판 받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