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君君臣臣父父子子”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임금은 임금 노릇을, 신하는 신하 노릇을, 아버지는 아버지 노릇을, 자식은 자식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라는 뜻이다. 전체 원문을 풀어보면,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신 말씀이다. 이 말의 뜻은 정치란 모두가 자신이 맡은 본분과 역할을 충실히 잘 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잘 하도록 충분히 보장해 주고 본인도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며 바른 길이라는 말이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정말로 진리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공자의 말을 앞세우며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이런 원칙이 현실에서는 너무도 쉽게 간과되고 이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익산의 여러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많은 부분에서 본 단체의 입장이 필요하고 요구되어진다. 그때마다 심사숙고하여 나름의 입장을 내면서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하고 감시할 것이 있으면 감시하며 독려할 것이 있으면 독려한다. 물론, 현보하고 찬성할 것이 있으면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호적인 입장이 아니라 비판적이고 질책성의 입장을 내야 할 때, 곤란한 경우에 빠지곤 한다.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거나 별로 관계도 없으면 오히려 문제가 안 되는데, 반대로 평소에 좋게 잘 지내는 곳이나 서로 협조하는 사이인데, 여러 여건상 비판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으레 상대편으로부터 서운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직접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 쪽 저 쪽을 통해서 이런 말 저런 말들이 들린다. 참 난감하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이 바로 시민단체의 역할인데! 잘 아는 사이라고 해서, 서로 사이좋은 관계라서, 상대편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위치라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정말 불공평하고 잘못된 시민단체가 아닌가?

물론,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시민단체가 시민단체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시민단체가 살아가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정치를 바르게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의원이 행정과 시정에 대해 바르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것 역시 그 역할을 다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시민을 대신하여 시정을 감시하고 비판하여 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하라고 시민들이 뽑아준 것이다. 그런데, 시정비판 좀 했다고 쑥덕거리고 그럴 수 있냐며 반감을 가진다면 시의원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시의원만이 아니라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은 시민의 일을 대신 앞장서서 나서주라고 뽑아준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시장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인정해 주어야 한다.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본인도 책임성 있게 시정을 펼치면 된다. 모든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걸림돌처럼 작용한다면 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언론 역시 정확한 보도와 사실 보도, 시민의 알 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 역할이다.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치밀한 취재의 결과라면 좀 더 자유롭게 펜을 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물론, 위 역할 모두 전제 조건은 있다. 잘못된 사실이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비판하고 감시하고 질책하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즉, 정확하지도 않은 사실을 과대포장하거나 인기영합을 위해 상대편에 큰 충격과 타격을 가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무책임한 일이며 진정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범위만 지켜진다면 서로 간에 적절한 긴장감과 갈등은 오히려 서로에게, 아니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 원래 사회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공자는 『논어 자로편』에서 “君子 和而不同 小仁 同而不和”한다고 했다. 즉, 군자는 서로 화합하되 하나가 되려 하지 않고 소인은 반대로 하나로 만들려고만 하고 화합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억지로 하나로 만들려는 자세는 바르지 못하다. 그것은 오히려 사회의 건강성을 죽이는 일이다. 다양한 의견이 화합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노릇’을 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