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패왕의 하나인 초장왕(楚莊王)이 주연을 베풀고 뭇 신하들을 청했다. 그리고 자기가 총애하는 허희(許姬)를 시켜 돌아가며 술을 붓고 권주가를 부르게 했다. 주연은 밤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모두들 술에 취해 초가 다 타 꺼지는 것도 몰랐다.

그런데 한 신하가 이 어둠을 타서 허희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허희는 잽싸게 그의 관끈을 낚아채 가지고는 아서 불을 켜라고 초장왕을 재촉했다.

그러나 초장왕은 「일개 부인의 절개를 드러내기 위하여 어떻게 나라의 인재를 욕보이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하고 「오늘은 즐겁게 노는 날이다. 과인과 같이 술자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관 끈을 떼라」하고 영을 내렸다. 신하들은 모두 관끈을 떼고 촛불이 밝혀지자 마음껏 마시고 놀다가 헤어졌다. 그런데 후에 정나라를 포위 공격하는 싸움이 있었다.

이 때 신하 하나가 언제나 진두에 서서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번 적들과 맞붙어 싸웠는데 매번 적들의 수급을 베어왔다. 싸움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 신하가 바로 그날 밤 궁전의 주연에서 허희에게 관끈을 떼인 신하였다.

또 후량(後粱) 태조 때의 대장군인 갈종주(葛從周)가 자기가 총애하는 미녀와 같이 앉아서 술을 마시는데 병사 하나가 미인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 병사는 미인에게 정신이 팔려 갈종주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야 자기 죄를 알고 몸을 떨었다. 그러나 갈종주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 후에 갈종주가 군대를 거느리고 후당의 군대와 싸우다가 패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갈종주는 옛날의 그 병사에게 명하여 돌진하게 했다. 병사는 생사를 무릎쓰고 용감하게 싸워 끝내 승리하였다. 갈종주는 싸움이 끝나자 미녀를 병사에게 주었다. 참으로 참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인재를 구하고 자기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