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훈(익산시 여성청소년과, 사회복지전담)

가. 무왕은 한부모 가족이었다

나. 무왕은 다문화가족이었다

다. 무왕은 경로효친에 앞장섰다

라. 무왕은 여성친화적 인물이었다

마. 무왕은 다방면에서 ‘짱’이었다.

『제30대 무왕(武王)의 이름은 장(璋)이다. … 그는 재주와 도량이 넓고 깊어 헤아리기 어려웠다.』

‘장’을 강하게 발음하면 ‘짱’이 된다. 짱은 요즘 말로 ‘최고’ 혹은 ‘대장’을 일컫는 말이다. 왜, 그는 당대 최고의 ‘짱’이 되었을까? 우선 문헌을 살펴보자. 「삼국유사」 무왕편에 “그는 재주와 도량이 넓고 깊어 헤아리기 어려웠다”고 하였다. 또한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무왕편을 보면 “그 풍모와 위엄이 훌륭하고 아름다우며, 뜻과 기운이 강하고 뛰어나다”고 했다. 이 두 야사와 정사의 빈약한 백제사 기록을 놓고 볼 때 참으로 대단한 찬사다. 무(武)라는 시호도 사후에 내려지고, 인물평이 고려시대 기술된 점을 미루어 보면 당대 백제시대 왕 아니 한발 더 나아가서 삼국시대 왕 중에서도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최고의 짱이었던 것 같다.

또한 무왕은 42년(600~641)간 백제 30대 왕으로 재위하면서 수나라와 당나라, 왜 등과 활발한 국제교류 속에서 동맹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왔다. 그러면서 영원한 맞수 고구려에 대항하였고, 원수의 나라인 신라를 정복하고자 했다. 이처럼 대외적인 국제정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오면서 내적으로는 호국불교 강화를 통해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통치술을 펼쳐왔다. 그는 탁월한 외교 전략가이자 용맹한 정복군주였다.

고대국가 때 익산은 네 번의 수도 지역이었다. 그중 가장 큰 흔적이 남아있는 시기는 역시 백제 무왕시대라 하겠다. 익산시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자 하는 백제 최후 왕도 왕궁, 국가사찰 미륵사지, 왕실사찰 제석사지, 무왕과 왕비의 쌍릉 등 유물 발굴 결과 당시의 산물임이 입증되었다. 왕궁터, 사찰터, 성터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그 가치가 날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무왕시절 익산지역은 백제의 수도(首都) 또는 별도(別都)였다.

다른 한편 2010년에 미륵사지석탑 심초석 한가운데에서 발굴된 국보급 사리장엄으로 백제인의 빼어난 세공기술을 세상에 선보였다. 백제 무왕 639년에 사리장엄을 제작한 그들의 섬세하고 화려한 장인정신은 1,300여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익산에 유유히 흘러내려오고 있다. 그때는 오금산의 금으로 사리장엄 같은 백제의 미를 선보였다면 지금은 보석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유일의 익산보석박물관과 함께 보석관광도시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곳은 마한과 백제의 역사문화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大韓民國) 국호는 한(韓)에서 유래하였다. 한은 바로 마한, 진한, 변한을 합에서 삼한(三韓)이라 일컫는다. 그중에서 마한(馬韓)이 54개 부족을 다스렸는데 가장 큰 부족연맹국가를 형성하였다. 마한의 중심 국가는 목지국이었는데 그 수도가 금마지역에 있었다. 그래서 익산은 한문화와 한류문화의 역사적 본향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심 속에는 마한문화를 승계하여 발전시킨 무왕문화가 우뚝 서 자리 잡고 있다.

용의 아들 무왕은 가난한 집안에서 출생하였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으며 국경을 넘은 로맨스로 선화공주와 결혼을 하기도 하였다. 내친 김에 어르신 공경으로 민심을 얻게 되어 왕위까지 등극하였다. 그리고 동양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를 건축하여 왕비에 대한 사랑을 뽐내면서 백성을 미륵신앙으로 구제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출생의 비밀에서부터 사랑과 국제결혼, 왕위 등극과 미륵사 창건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장’으로써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발휘해왔다. 

그 땅에는 서동이 무왕이 되고, 선화공주가 왕비가 되고, 연못이 대사찰로 변화되고, 미륵신앙이 호국 사찰로 우뚝 서고, 수도가 사비에서 익산으로 옮겨지고, 장(璋)이 최고의 짱이 되는 사연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또한 오금산 금이 석탑속의 사리장엄이 되고, 우리나라 최강 화강암이 미륵사지석탑이 되고, 몰락한 왕족이 가장 강한 왕권통치자가 되기도 하였다. 진짜 마음만 잘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익산인 것 같다. 

용의 분신인 수호신 짱!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결혼의 다문화 짱! 어르신을 공경한 경로효친의 짱! 위대한 사찰을 건축한 짱! 새로운 이상세계를 건설한 꿈의 실현 짱! 호국불교와 미륵신앙으로 백성을 구제하고자 했던 짱! 대륙과 해양의 능숙 능란한 외교가 짱! 서동요란 향가의 주인공 짱! 신비로움을 전해주는 짱! 이 같은 무왕의 짱 문화가 오늘날 진정한 한류문화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이제껏 다섯 가지 이야기로 나누어서 삼국유사의 무왕 설화속의 복지정책을 엿보았다. 또한 이 위대한 사상이 장구한 세월 동안 녹슬지 않고서 계승되어 성장한 복지의 고향 익산시의 복지시책도 눈여겨보았다. 익산에는 역사, 문화 그리고 복지가 겹겹이 스며있고 종합선물세트처럼 결합되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즉, '이야기 전달'이 될 만한 것들이 널브러져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마큼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혜안(慧眼)도 키워나갔으면 한다. 이 속에 백제문화와 무왕정신의 진정한 계승과 현시대에 맞는 창조의 기쁨이 있지 않을까. 결국 사랑하면 알게 되고 이해하는 것 아니겠는가.    

2천년의 고도 익산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문화유산등재 추진과 2009년 1월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장엄 발굴로 1,370년 전의 백제 무왕의 유물과 역사문화가 새롭게 꽃피어 나고 있다. 아울러 무왕 설화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옛것의 흔적 찾기 뿐만 아니라 복지, 교육, 정치, 건축, 예술 등 각종 분야에서 새롭게 재창조되어 대한민국과 세계를 대표하는 한류브랜드로 웅비해 나갔으면 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듯 가장 향토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슬기롭게 지혜를 모아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호기심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발동하여 한번쯤은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스며있는 익산땅 설화 속을 찬찬히 찾아나서 보자. 

익산의 용이 또다시 백제 무왕의 설화와 함께 대한민국 사회복지수도로 승천하길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