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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접어야 하나

윤복순/윤약국 약사

사람은 누구나 꿈을 갖고 산다. 꿈이 있는 삶과 꿈이 없는 삶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꿈이 이루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기에 슬그머니 꿈을 낮추기도 한다.

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도 없으면 사는 게 무의미 해 그냥 잡고 살기도 한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위로 하면서.

나에게도 꿈이 있다. 나의 꿈은 세 가지다. 하나는 내 글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히말라야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보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덕분에 책 읽는 것이 생활화가 되었고 메모도 잘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관찰력이 있고 여행 후 다시금 정리해 보는 좋은 버릇도 생겼다

체험을 통한 생활의 사상, 철학, 인생관, 가치관, 상상력이 합해져 깊이 있는 글을 써야하는데, 내 글은 대부분이 신변잡사의 기록성 글이다. 가끔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대신 좋은 수필의 계간지나 월간지에 실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꿈을 낮춰 보기도 한다.

마라톤도 해 보았다. 5Km는 걷지 말고 천천히 라도 뛰면서 완주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해냈다. 5Km 두 번 뛰고 하프코스에 도전 했다.

반환점을 돌고 부터는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뚱뚱하다보니 겹치는 부위마다 씻겨서 너무 아팠다. 겨드랑이고 허벅지고 벌겋게 붉히면서 물집이 생겼다.

진행요원들이 구급차에 타길 권했지만 끝까지 걸어서 결승점에 골인 했다. 3시간 30분이 걸렸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자랑을 한다. 언젠가는 걷다 뛰다 하더라도 풀코스 완주할 꿈을 가지고 있다.

히말라야 등정은 아직 발도 내디디지 못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틈틈이 국내의 산을 오르고 매일 1시간 이상 걷는다. 덕분에 아직 성인병은 없다. 혈압도 혈당도 콜레스테롤 수치도 모두 정상이다. 무릎도 어깨도 정상이다. 이 정상이 가끔 나를 오버하게 한다.

티베트여행 때다. 나는 내 건강을 믿고 고산병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내 깐엔 잘 다녀와서 히말라야 정상은 아니더라도 베이스캠프까지라도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라싸 공항에 내렸을 때 어찌 내 발걸음이 이상했다. 발이 허공을 디디는 것처럼 조금 뜨는 것 같았다. 최대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고 해서 제일 뒤쪽으로 쳐져서 걸었고, 물도 많이 마셨다.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느린 걸음으로 조캉사원을 구경했다. 머리가 띵해지더니 숨이 가빠지고 어찔어찔 넘어질 것 같았다.

호텔에서 방 키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더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숨을 쉬는 것이 그대로 끙끙 앓는 소리가 됐다. 급기야 떨이 병이 나고 남편의 부축을 받아 겨우 방에 들어갔다.

고산병에 대한 주사를 맞으면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은 뒤라 나는 주사를 맞기로 했다. 중국은 하도 가짜가 많다고 해 의심이 가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워낙 아프니 약리작용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의 단방약이 많은 경험에서 나왔듯 이곳 현지 사람들도 고산병에 대한 나름의 경험에서 만든 약이니 효과가 좋을 거라 믿기로 했다.

컨디션이 좋아졌다.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과 여름궁전을 구경하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시가체를 가느라 해발 5000고지가 넘는 산을 넘었다. 물론 버스로. 그날 저녁 또 고산병이 나타났다. 첫 날 보다는 약해서 집에서 준비해 간 약으로 서너 시간 만에 괜찮아졌다.

나는 평소에 아프거나, 여행 시 비리비리했던 적이 없다. 시차 걱정 없이 잠도 잘 자고 그 나라 음식도 잘 먹는다. 우리 집에서처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저녁에도 시내 구경을 하며 여행을 두 배로 즐긴다.

눈도 못 뜨게 아파보기는 처음이었다. 얼굴이 붓고 코피가 터졌다. 고산병이 무서워서 히말라야는 접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꿈이 대수냐, 건강이 최고지. 그 쪽은 쳐다보지도 말자.

‘꿈이 이렇게 끝나고 마는구나. 호랑이는 고사하고 고양이도 못 그려보고.’

풀이 죽은 나를 보고 남편이 가까운 시일 내로 히말라야에 가보자고 한다. 티베트여행이 고산병에 대한 예방주사이니 면역력이 생겼을 거란다. 고산병에 대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적응기간을 4~5일 씩 잡아 1000m 씩 오르면 괜찮을 거란다.

티베트에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옆에도 못 가보고 꿈을 접기는 겁쟁이 같기도 하고.

이순의 나이는 나보고 안전제일로 가야 한다고 일러주고, 몸도 이쯤에서 내려놓으라고 한다. 이렇게 꿈을 접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