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중국 역사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 환관은 명의 위충현이다. 위충현은 환관으로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인물로 권력의 화신이라고 부를 만 했다.

환관 정치가 가능했던 시대는 대개 황제가 무능하거나, 정쟁이 심한 경우 아니면 친인척 관계 등을 악용한 경우였다.

환관들은 황궁 안에서 내밀하게 황제를 보좌했다.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뜻을 받드는 것이 일상사였지만 경우에 따라 황제의 뜻을 왜곡하거나 가신들과의 유착으로 황제의 권한을 대행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가장 큰 원인은 황제가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지만 권력의 특성상 황제의 권위를 지켜주고 지근거리에서 황제의 명을 받들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즉 황제의 의중을 가장 잘 간파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환관이었고 늘 황제를 모시며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수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뜻을 받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왜곡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일상적으로 황제를 만날 수 없었던 신하들은 환관을 통해 줄대기와 줄서기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그렇게 해서 출세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이런 환관의 존재가 부정적 요소도 많아 여러 차례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결국 필요악으로 존치되었다.

환관 중에는 정화와 같이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사람도 있었으나 왕진이나 위충현 같이 절대권력을 휘두른 환관들도 많았다.

물론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들이 환관의 전횡을 막기 위해 부정적 요소를 부각시킨 측면도 있겠으나 환관의 횡포가 황실과 나라를 흔든 사례는 적지 않다. 

위충현은 본래 출신 성분이 건달 출신이었다. 기본적 성품에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위충현이 황궁에 들어가 환관이 된 후 실권자가 된 계기는 황제의 손자였던 주유교의 시중을 들게 되면서였다.

이 때 위충현은 주유교의 유모인 객씨와 사통을 한 후 영향력을 확대하고 힘을 키웠다.

황제가 죽고 16세의 주유교가 뒤를 이어 명의 제 16대 황제에 즉위하자 위충현은 황제의 권한을 대행할 만큼 전권을 쥐게 되었다.

천계제는 국정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목공일과 노는 일에 빠져 위충현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많은 신하들이 자리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위충현 휘하에 몸을 의탁해 환관 파벌인 환관벌이 구축되었다.

환관벌은 무리 짓고 작당해 권력과 요직을 독차지했다. 당연히 뜻있고 양심적인 신하들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환관벌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잃거나 탄압을 받거나 재야에 묻혀야 했다. 심지어 재야에 묻혀 후학을 가르치고 정치현실을 비판하던 학자들에게 동림당이라는 죄목을 씌워 죽이기 시작했다. 

또한 ‘창위’라는 소위 비밀 군경 조직을 강화해 위충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한 채 죽임을 당해야 했다.

창위 소속 군경들은 흰 가죽신을 신고 다녔기 때문에 백성들은 흰 가죽신만 봐도 벌벌 떨며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눈에 찍히면 죽임을 당하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창위의 악명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위충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체포되었고 네 사람이 술자리를 하면 어는 곳에선가 창위 소속 군경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있을 정도였다.

한 마디로 숨 막히는 형국이었다.

또한 살아있는 위충현을 위해 생사당을 짓도록 하는가 하면 그의 상에는 금으로 만든 장식을 늘어뜨렸다.

위충현의 생사당에 절을 하지 않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고 심지어 일자무식이나 다름없는 위충현이 공자묘에 배향되기도 했다.

백성들은 위충현이 지날 때 구천세와 구천구백세를 외쳐야 했고 황제인 천계제는 위충현이 함께 배향된 공자묘에서 제사를 올리며 위충현의 위패 앞에서 절을 했다.

황제가 환관인 위충현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위충현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런 위충현도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자 파면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3년이 되었다. 위충현의 고사를 꺼내면서 필자는 대한민국과 익산의 현실을 마주했다.

대한민국과 익산의 현실이 위충현 때와 일치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봤다.

권력의 독점,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의 공정성 상실, 부패와 비리의 만연, 인사 전횡, 패거리 정치, 권모와 술수, 감시와 통제가 판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과연 2013년 대한민국과 익산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아니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각고의 노력과 자성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