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대선 판이 요동친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측이 협상과정에서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직적 세몰이, 여론조사 영향력 행사, 안철수 양보론 이라는 카드로 불공정한 공략을 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본인이 직접 ‘이대로 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한 ‘깊은 실망을 했다’며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정을 중요시 할 때 양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고 그럴 때 선택된 후보가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 측의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자 문책, 재발가능성 차단 등을 요구했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후보가 꺼내든 카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아무래도 협상 중단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 중단을 선언 할 만큼 문재인 후보 측의 활동이 불공정한 것이었느냐에 대해 안철수 캠프 외에는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인데다, 냉정하게 해석할 때 일반적인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전혀 자극하지도 않았거니와 캠프에서 강도 높은 네거티브 공세를 취한 것도 아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조직적 세몰이와 양보론 언급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당연한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여론조사 기관에 민주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은 근거도 설득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 추세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여론조사 기관 대표가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가 문재인 후보의 우위로 나타났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이 모든 여론조사 기관을 매수했느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 측이 일부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해도 협상 중단카드를 꺼내든 것은 패착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새 정치를 주장한 안철수 후보가 취할 행동이 아니란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후보 측이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곧바로 문재인 후보가 두 차례나 공개적인 사과를 했고 직접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다시 사과를 했다. 그런데도 사과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안철수 후보에게 아름다운 협상을 하라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결국 전국 곳곳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지지율에서 추월당하자 협상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어 반전을 노렸다는 의견과 해석이 많다.

새 정치를 외친 안철수 후보가 오히려 정략적이고 구태정치를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 열망인 아름다운 협상, 아름다운 새 정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후보가 통 큰 모습을 보이고 낮은 자세로 사과를 하면 안철수 후보가 곧바로 수용했어야 한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다 급상승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신뢰가 쌓이고 통 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문재인 후보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다는 점을 안철수 후보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안철수 후보는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게 된다. 본인이 아니었다면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 때문에 정권교체의 희망이 생겼고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갈망도 확인할 수 있었는가 하면, 정치혁신 과제를 정치권이 모두 인식했다는 측면에서 안철수 후보의 공은 정치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것이고 족적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있으나 양 후보의 협상은 잘 마무리 될 것이다. 승자나 패자나 아름다운 협상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줘야한다.

정치란 과정과 결과가 모두 중요하지만 집권을 못하게 되면 국민들의 삶을 대신할 수 없다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을 욕할 수는 있어도 정권을 맡긴 국민은 5년간 그의 정치를 중단시키기 어렵다. 더구나 집권을 하지 못한 정치세력은 국민들에겐 죄인일 뿐이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고 내 탓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떡 쪄 놓고 시루 엎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지만 집권에 실패한 정치세력은 그저 죄인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