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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최근 협동조합이 화두다. 너도나도 협동조합을 앞다퉈 말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협동조합 열풍은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속도가 빠른 탓도 있지만 유행과 시류와 한건주의에 민감한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협동조합 열풍에 대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협동조합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바람직한 검토와 분석, 새로운 활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동조합 열풍은 또 하나의 유행이 되거나 문제투성이 실패작으로 귀결될 수 있다.

협동조합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협동조합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농협정도로 생각해 왔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우리 사회에는 협동조합과 유사한 수없이 많은 조직이 존재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전가의 보도처럼 일이 잘 된다고 볼 수 없다. 이미 협동조합은 존재해 있었다. 주택조합, 중소기업조합, 농협, 생협 등과 함께 농촌에서는 영농조합, 농업회사법인, 위탁영농회사 등이 협동조합형 모델로 법률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왔다. 또한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비즈니스, 마을기업, 마을만들기 등의 사업이 사회적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지자체에서 수없이 추진되고 실행되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이 되지 못해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 되었고 너나할 것 없이 협동조합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현실적 한계위에서 협동조합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협동조합이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사업처럼 하나의 유행이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협동조합은 기존의 협동조합이나 그 유사 모델과는 다른 과정을 밟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2~3년 후에 또다시 새로운 조직이나 그릇을 만들어 협동조합이 부실화되고 유행처럼 사그라들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기본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보다 더 정교화 해야 한다. 구체적이어야 하고 관련법과의 정합성은 물론 하위 법령이나 지자체의 조례 등 협동조합과 연관된 각종 법, 제도 등이 정교하고 세밀해 기존 협동조합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한편 기존 제도에 의한 조직이나 협동조합적 모델과 상호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모든 협동조합적 모델이나 조직이 유행처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기존 모델이나 조직은 가능한 기존의 법과 제도 속에서 성장을 지속하도록 노력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이 단계와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야 한다.

셋째, 신규 협동조합을 보조금이나 정부 지원으로만 길들이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 협동조합은 철저하게 50년, 100년 후에도 생존 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기존 모델과 조직은 건강하게 성장하는 지향을 갖고 협동조합으로 전환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

넷째, 농수축임협, 의료생협을 비롯한 생협, 영농조합법인이나 위탁영농 회사,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의 한계와 변질 등을 거울삼아 그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의료생협은 영리형으로 변질된 경우가 많고 위탁영농회사,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 법인의 일부는 보조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새로운 협동조합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협동조합 본연의 운동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보조금에 길들거나 영리 위주의 기업경영에 익숙한 것도 큰 원인이기 때문에 사회적 순환경제에 관한 충분한 합의가 중요하다.

다섯째, 협동조합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함께 한국형 협동조합 모델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부 서구의 사례를 예로 많이 들지만 협동조합과 유사한 한국의 모델들을 연구하고 발전과제를 도출하고 합의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모델이 많이 나오고 사회적 대안 경제로서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여섯째,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자생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시장 경쟁에서 자본과 기업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한국사회처럼 천박한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기업이 못하는 일, 틈새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기업이나 자본과도 경쟁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일곱째, 협동조합끼리의 연대와 협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기존의 협동조합은 물론 신규 협동조합 등 협동조합끼리의 상호협력과 협동을 통해 앞에 놓인 난제를 풀어나가면서 진정한 대안적 운동조직과 경영체로 성장해야 한다. 새로운 협동조합은 기존 조직과 모델을 발전시킬 과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갈 과제, 취약한 사회경제와 지역경제를 소생시킬 대안으로서의 과제가 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활동 속에서 전문가로 일해온 필자조차 헷갈리는 이 유행에 대해, 협동조합은 걸치고 있다가 유행에 뒤지면 버리는 옷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