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모 건설업체가 시의회 김대중 의원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아파트 고 분양가 문제와 하우스푸어 양산 위기의 심각성, 연쇄적인 가격폭락과 거래중단 사태 등 현 상황이 매우 어려운 아파트 대란 사태임은 정부당국도 인정하는 것이다. 더구나 익산지역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인구감소, 주거지역과 상권의 이동, 경기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구도심과 기존 아파트 단지의 공동화 현상과 매각사태가 속출하는데도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 대란이 시작됐다. 이런 사실은 아파트 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매물이 쏟아지는데도 거래는 냉각사태가 된지 오래다. 필자도 그랬지만 아파트 대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대책을 촉구해왔기 때문에 고 분양가와 아파트 위기는 국민과 익산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사실이었다. 이런 현실인데 김대중 의원이 고 분양가 문제를 지적한 것을 놓고 분양에 타격을 입었다거나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형사 고소한 것은 건설업체의 지나친 오만과 과잉반응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미 공급은 넘치고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주택 경기인데다 익산은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으로 김대중 의원의 발언이 분양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미분양 사태에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모든 건설업체도 익산에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업체의 문제만은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김대중 의원의 주장은 고 분양가의 문제가 사실이고 그에 따라 시민의 권익을 대변해야할 시의원으로서 당연한 주장을 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사적으로 김대중 의원과 식사 한번 한 적이 없지만 고 분양가로 익산시민이 고통을 겪는데 소신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시의원으로서 매우 시의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한다. 모두가 인지하는 고 분양 관행의 부당성에 대해 유권자를 대변하는 시의원이 말했다고 해서 시의원만 유독 고소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김대중 의원의 발언 때문이라기보다 이미 아파트 대란이 최고조에 달해가는 현실이 낳은 결과일 뿐이란 것은 업체가 알아야 한다.

셋째, 김대중 의원이 발언을 했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그 인과관계의 성립을 위해서는 아파트 대란 사태라는 주요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즉 고 분양가가 아니라는 인식, 아파트는 분양 받으면 이익을 얻는다는 인식이 청약자들에게 강하게 내재해 있을 때만이 성립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것도 단지 추정일 뿐이다.

넷째, 김대중 의원의 발언이 유권자인 시민의 권익이라는 공익적 차원의 발언이었느냐, 아니면 업체의 명예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것이었느냐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모든 시민이 고 분양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었고 필자도 여러 차례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상식이 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익적 차원의 발언이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발언에 기업의 명예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통계나 수치가 틀린 것을 가지고 주장했다는 업체의 논리도 고 분양가의 심각성을 지적한 공익이란 본질을 벗어난 지극히 지엽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엽적인 업체의 논리가 미 분양사태의 본질도 아니고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다섯째, 해당 업체만 직접적으로 지칭한 적도 없거니와 지역의 언론이 보도하면서 김대중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점, 일반시민이나 필자도 고 분양가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한 점으로 봐서 업체의 주장대로 하면 대부분의 익산시민과 기자들도 고소당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시의원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논리가 성립하지도 않고 범죄 구성요건도 갖추지 못한 고소는 취하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는 길이다.

견백동이란 고사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에 조나라의 관리인 공손룡이 엉터리 논리를 편데서 유래한 말이다. 돌은 만져보지 않아도 단단하고, 흰색이거나 검은색이거나 돌은 돌이다. 이런데도 공손룡은 “흰돌을 볼 때 그것의 색깔이 희다는 것은 알 수 있어도 단단하다는 것은 알 수 없다. 또한 손으로 돌을 만질 때는 그 단단함을 알 수 있지만 흰돌이라는 것은 알 수 없다”는 논지를 폈다. 희거나 검거나 만져보지 않아도 돌은 단단한 것이고 손으로 만져보면 색깔이 무슨 색인지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함에도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어거지 논지를 전개한 것을 견백동이라 한다. 한마디로 ‘홍두깨로 소를 몬다’는 속담처럼 억지논리를 질타할 때 쓰는 고사가 견백동이인 셈이다. 업체는 하루빨리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분양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명예도, 실리도 다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