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세계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단기적 처방으로 현 상태를 헤쳐 나갈 수 없거니와 중장기적 전략도 뚜렷한 것이 없다보니 글로벌 경제위기는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는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부실금융이 원인이 되어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석 외에 유럽 사회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해 소득이 없어 지출을 줄이자 내수는 침체되고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경제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재정위기, 금융위기 고령화에 따른 경기침체 등이 세계 각국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 인도 등 친디아 그룹들의 성장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신용등급은 하락하고 무역수지 역시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는 것은 엔화 강세, 독보적이던 기술경쟁력의 약화, 브랜드 파워의 상실,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복합적인 악재 때문이다. 일본경제가 긴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것은 일본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매우 악화된 것도 원인이다. 2011년 말 기준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211.7%인 1천 조 엔에 달한다. 한때 세계 경제의 모범으로 칭송되던 경제대국 일본의 현실이 이렇다. 그나마 일본경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은 일본 국민들의 책임감, 탄탄한 기술력, 안정적인 사회시스템, 우수한 인력, 안정적인 물가, 낮은 실업률, 낮은 가계부채가 서민경제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의 장기 경제 침체와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서민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일본의 저력이다.

우리 경제 위기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경제 구조가 탄탄하지 못해 더욱 어려운 폭풍전야임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경제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곧 닥칠 위기에 대처할 기회를 봉쇄한다는 점에서 두렵기조차 하다.

현재 우리 경제의 모습은 삼성을 비롯한 몇 몇 대기업의 수출시장 경쟁력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암울하다. 국가채무는 급증했고 주식시장은 위태위태한 현실이다. 생필품가격,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통신요금, 유가 등 서민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가계부채 폭등과 이에 따른 금융권 위기 및 저축은행사태, 부동산 경기침체로 하우스푸어 급증, 실업률 급등 등 우리가 처한 위험요소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가재정위기, 기업 성장률 둔화, 가계경제의 위기 등이 동시에 찾아오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그 위기를 감추고 있다. 그나마 정권 말이 되니 국책연구기관들이 부풀리기 통계를 버리고 현 위기 상황을 비교적 냉정하게 진단하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KDI는 중간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기로 했다. 잠재성장율도 4%대에서 3%대로 하향조정한다고 한다. 민간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8%, 한국경제연구원은 3.2%에서 2.6%, 삼성증권은 3%에서 2.5%로 각각 인하 발표했다. 이런 전망을 보며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 부은 돈을 서민경제와 가계부채 해결, 내수시장과 경쟁력 강화에 사용했더라면 장기적인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중국 후한시대 안제 때의 일이다. 중국 후한 전기 때는 왕권의 강화와 치세로 외척과 환관의 전횡이 없었지만 4대 화제 때부터 외척과 환관들이 번갈아가며 권력다툼을 벌여 나라의 근간이 휘청거렸다. 안제 때는 등태후가 어린 안제를 대신해 실권을 쥐고 있었지만 등씨 일파를 중용하되 요직을 독점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척인 등즐은 대장군에 임명되어 자신의 뜻과 다른 정적을 없애기에 급급했다. 그는 외적의 침입에 대한 대처 방안을 놓고 대립한 우후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등즐은 우후를 도적들이 출몰하는 현의 현령으로 발령했다. 중앙부처의 낭중 벼슬에서 위험한 현의 현령으로 쫓아낸 것은 도적들을 토벌하다 우후가 죽기를 바랐던 것이다.

우후의 지인들이 이일을 놓고 걱정근심에 싸여 있는데 우후는 태연하게 "깊이 설킨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에 부딪혀 보지 않으면 어찌 도끼의 예리함을 알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서 반근착절이 나왔는데, 안락함을 쫓지 않고 험한 일이라도 피하지 않는 것이 벼슬아치의 도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우후는 부임하자마자 도적들을 소탕했다. 오로지 5년 가까이 인기관리만 쫓은 현 정권이 새겨야할 고사라 하겠다.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진지하게 마련하는 현 정권이 되길 반근착절의 심정으로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