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유럽 발 재정위기를 비롯해 전 세계가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의 재정위기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계 부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주택담보대출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보니 가계 수입이 정체되고 지출은 늘어나 이자내기에도 급급한 주택담보대출자가 무려 80%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2년 1분기 말 기준 306조 5,000억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이자만 내는 대출이 무려 235조 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주택담보대출인 셈이다. 더구나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다며 정부가 금융권을 압박하자 제2금융권과 사금융 의존이 심해지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졌다. 

2007년 발생한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우리 가계 경제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은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미분양 아파트는 땡처리에 나서고 있다. 거래량도 뚝 떨어져 깡통주택, 하우스푸어 양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많다.

국민들의 부동산 기대 전망도 매우 불안하다. 모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경기는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려 34.9%에 달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4%에 불과했는데 호남지역 응답자의 46.2%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경인데 정부의 대책은 미약하다. 만기가 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기한연장과 금리인하, 대출상환 장기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법적, 제도적 개선을 통한 연착륙을 주문하는가 하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사용해 가계소득을 높여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나 대책도 한계가 많다. 가계소득을 높이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법적, 제도적 조치들 역시 단 시일 내에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의 건전화를 시도하는 상환연기나 원금의 신용대출 전환도 쉽지 않고 시행한다 해도 현재의 사태를 수습하는데 역부족이다. 정부가 환매조건부로 담보대출 주택을 매입해 주는 제도도 있겠으나 정부의 재정상태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책이나 대안의 현실성과 실효성이 없어 수도권 건설업체들은 경영안정화를 위해 헐값 분양에 나서고, 지방에서는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수요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지방도시의 아파트 분양가는 거품을 뛰어넘어 거의 사기수준에 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해 미분양아파트, 깡통아파트, 하우스푸어가 속출하고 정부의 대책도 신통치 않은데 분양가 폭리만 취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은 이미 아파트시장의 위기가 심화되었는데 지방은 아파트가격 폭락사태를 앞두고 있음에도 분양가만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익산 지역 아파트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음에도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아파트 공급이 넘쳐나고 새롭게 지어질 단지도 매우 많다. 신규 분양아파트도 수년 내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전망인데 건설사는 분양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건설사의 지나친 폭리추구가 문제다. 또한 건설사가 경영 부실로 부도위기에 몰려도 언제나 향토기업이라며 전폭적 지원을 통해 회생시키다보니 오만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일수록 주택시장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하지 못해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청약에 나서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할 시 가계부채가 독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소위 향토기업이란 건설사들조차 폭리를 취하고 있으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형국이다. 아이들조차 알고 있는 조삼모사가 익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저공이란 사람이 여러 마리의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다. 원숭이를 많이 기르다보니 먹이가 부족해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먹이가 부족하니 앞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개만 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원숭이들이 화를 내며 “어떻게 아침에 세 개를 먹고 하루 종일 견딜 수 있냐”며 항의했다. 저공이 “그러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이 선뜻 받아들였다는 고사가 조삼모사다.  높은 분양가로 폭리를 취하는 건설사의 행태 역시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다.

조삼모사이건 조사모삼이건 개수는 같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들은 피골이 상접해졌을 것이다. 고금리 담보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한 가계도 조만간 가격폭락의 험난한 파고를 만날 것이다. 원숭이가 삐쩍 마르면 우선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상품성이 없어 저공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시민을 봉으로 여기고 폭리를 취하다 가계가 어려워지면 지역이 공동화되고 그 후과는 결국 건설사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함께 사는 정직한 경영이야말로 조삼모사 경영의 후과를 막는 지름길이다. 건설사의 양심을 기대하기에는 정녕 우리가 너무 먼 길을 달려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