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전 세계의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EU국가들도 구제 금융을 받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도 서민경제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지경이지만 복지에 투입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경제위기는 각국의 재무구조가 매우 열악한 것이 외화된 결과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기업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결과 비정규직 증가, 가계수입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결국 가계 빚이 늘어나게 하고 소비위축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다 원유가의 급등에 따라 원자재 가격상승, 제조업 생산비용의 증가 등 쉽지 않은 과제에 부닥친 것이다. 가계부채의 급증과 정부의 재정적자는 지속되는데 물가는 상승하고 돈 쓸 곳은 늘어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없는 돈을 메우기 위해 대출을 해서 미래의 소득까지 현재에 써버리는 실정이 되어 유효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셈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지수와는 거리가 멀어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조삼모사 정책과 통계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지 오래 되었다.

경제지표의 왜곡, 부풀리기, 홍보성 과대포장 등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정부의 발표가 입맛에 맞는 데로 가공되어 발표되다 보니 이명박 정권을 향해 “숨 쉬는 것 빼놓고는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국민들이 지탄하고 있다.

가계 빚은 감당할 수 없는 데도 지출은 늘어나고 이를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빚잔치를 해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학철부어와 다름 없다. 

 학철부어는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속의 붕어처럼 곧 말라 비틀어져 죽게 될 처지에 있는 고단하고 괴로운 현실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처지와 형편이 너무나 고달프고 궁색해 목숨이 위태로운 학철부어의 현실이란 것이다.

겉은 윤택하고 말짱한 것 같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는 곤궁한 지경에 대다수 국민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극단적 양극화가 가져온 글로벌 경제위기와 그 맥을 같이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정책과 가진자를 위한 정치의 산물이다.

국민들은 고단한 삶에 지쳐 학철부어의 심정인데 이를 부정하고 그 처방조차도 정반대의 엉터리이니 국민들의 상처와 상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무위자연을 주창한 장자가 형편이 곤궁하여 지인인 감하후에게 식량을 빌리러 간적이 있었다.

워낙 가난한데다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던 장자였지만 입에 풀칠을 해야 했기에 자존심을 꺾으면서 감하후에게 먹을 것을 구했던 것이다.

 장자의 부탁을 받은 감하후는 살림살이가 넉넉한데도 지금은 가진 것이 없다며 “며칠만 있으면 내가 관리하는 봉읍으로부터 세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때 가서 삼백금쯤 빌려줄 것이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속이 상한 장자가 학철부어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감하후의 인색함과 옹졸함을 질책한다.

 장자가 말하길 “감하후여, 내가 여기 오는 길에 누군가 부르길래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속에 있는 붕어 한 마리가 부르는 소리였소. 붕어야, 왜 나를 불렀느냐”고 내가 말하니 붕어가 대답하길 “제가 죽게 생겼으니 지금 곧 어디에서 한 말 혹은 한 되의 물이라도 길어다 저를 구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소.

붕어의 말을 듣고 내가 대답하길 “붕어야 알겠다. 내가 남쪽 지방에 있는 오나라와 월나라로 가는 길인데 돌아오는 길에 서강의 물을 가득 끌어 올 테니 그 때까지만 기다리라”고 했소. 내가 이렇게 말을 하자마자 붕어가 화를 내며 “나는 지금 한 되의 물만 있어도 목숨을 구할 텐데 당신을 기다리다가 죽게 되었소. 내가 살기는 틀렸으니 건어물가게로 와서 내 시체나 찾으러 오시오”라고 말했다며 장자는 자리를 떴다.

 자존심 강한 장자가 형편이 넉넉한 감하후의 인색함과 못 됨을 꾸짖은 고사가 학철부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정치와 추진했던 정책이 학철부어와 딱 들어맞는 셈이다. 국민은 허덕이다 지금 당장 쓰러질 지경인데 처방은 학철부어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바둥대는 국민들의 고단함이 지독한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과 겹치는 오늘이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