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현 정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온갖 부정·부패·비리와 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사저 부지매입사건을 흐지부지 처리한 검찰의 수사가 봐주기 수사와 면죄부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거세지만 그래도 현 정권의 온갖 치부가 한꺼풀 두꺼풀 벗겨지고 있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BBK사건과 도곡동 땅 실 소유주 논쟁, 대선자금과 저축은행사건 부정 및 비리혐의 등 메가톤급 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아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검찰이지만 친형인 이상득 의원, 현 정권 실세였던 박영준 지경부차관, 방송사유화의 주역인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명박 정권 탄생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등이 줄줄이 부정부패, 비리혐의로 구속되거나 소환되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의 실세들이 정권 말에 이르러 여지없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는 것이다.
워낙 권력을 사유화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퇴행적 권력향유를 한 탓에 이들의 줄소환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연하다거나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정권 중반부터 비교적 입바른 소리를 했던 정두언 의원이야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저축은행 비리와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현 정권 실세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도 예측불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권 실세들의 특징은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강압적, 일방적, 폐쇄적, 비민주적 국정운영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 언론장악에 기반해 힘과 권력기관을 동원한 구시대적 통치행위를 했다는 사실에서 강력한 네오 메카시즘, 신 경찰국가라는 조롱도 있었다.
한 마디로 강력한 힘과 권력에 기반해 정권을 유지하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려 4년 반을 유지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국 서한 시기에 유향이 쓴 설원이라는 책에 나오는 치망설존이 떠오른다.
치망설존은 “강한 것은 쉽게 망하지만 부드러운 것은 오래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자에게 상용이라는 스승이 있었다. 상용이 늙고 병들어 죽게 되었다. 스승의 임종을 지켜보는 노자가 마지막 가르침을 얻기 위해 상용에게 “선생님 마지막 유언은 없으신지요.”라고 여쭈었다.
이에 상용이 “고향을 지나 갈 때는 반드시 수레에서 내려 걸어가도록 하거라. 이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느냐”고 말했다. 노자가 “어디에 있거나 늘 고향을 기억하라는 뜻 아닙니까. 또 이르실 말씀은 없으십니까”하고 여쭈었다.
이에 상용이 “높은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는 종종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가라. 이 뜻은 알겠느냐”라고 다시 물었다.
이에 공자가 “윗어른을 존경하고 섬기라는 말씀이시군요”라고 답했다. 거만하게 걷지 말고 예의를 지키라는 의미로 노자는 스승의 말씀을 받아들인 것이다.
상용이 노자를 가까이 불러 “내 혀가 아직 있느냐”라고 물었다. 노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럼 내 치아는 아직 남아 있느냐”하고 또 물었다.
노자가 “치아는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상용이 “너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라고 거듭 물었다.
노자가 “혀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부드럽기 때문이고 치아가 하나도 남지 않은 것은 그것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변을 올렸다.
상용이 “옳은 말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런 것이다. 내가 너에게 더 이상 줄 가르침은 없다”라고 말한 후 숨을 거두었다는 고사가 치망설존이다
부드러운 것은 오래가지만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세상의 이치라서 현 정권 실세들의 부정·부패·비리 혐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익산도 비리와 부정사건이 끊이지 않게 일어나고 있지만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면서 시민들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지역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다.
권력은 유한한 것이다. 상용과 노자의 대화에서 알 수 있고 현 정권 실세들의 줄 소환에서도 보듯, 강한 것 같지만 조만간 부러진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아주 오래된 상용과 노자의 혀에서 나온 말이 살아서 되새김질 되는 것을 보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끝없이 부드러워지고 낮아져야 한다는 교훈은 크다.
노자와 장자를 읽으며 세속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부드러움의 지혜를 채워나가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