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공자가 말을 타고 길을 가는 도중, 말이 남의 밭에 들어가는 바람에 심어 놓은 곡식을 망쳤다. 밭 주인은 성이 나서 말을 끌어갔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밭 주인을 찾아가서 말을 놓아 달라고 여러 말로 사정했지만, 밭 주인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자공이 돌아와 하는 말을 듣고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도리로 상대방을 설복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야수더러 태로(太牢)를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새들더러 구소(九韶)를 듣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내 잘못이지 그 밭 주인 잘못이 아니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마부를 시켰다. 마부는 밭 주인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동부 지역에서 농사를 지은 적이 없겠지만, 나도 이 서부 지역에 와서 농사를 지은 적이 없지요. 그러나 곡식은 동서 두 고장이 서로 같지 않겠소. 그러니 이 밭의 곡식이 당신네 곡식인지 말이 어떻게 분별하겠습니까? 아무도 모르는 짐승이 저지른 일이니 한 번만 용서하십시오.” 밭 주인은 마부의 말을 듣고 말을 마부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글을 읽지 못한 사람에게 시나 사서를 담론하는 것은 융통성이 없는 선비들이 왕왕 저지르는 잘못의 하나이다. 마부의 말에 도리가 있으나, 그런 도리를 자공투의 말로 했다면 그것이 농부의 귀에 들렸겠는지 모를 일이다. 자공과 농부는 생업과 학식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자는 왜 마부를 시키지 않고 먼저 자공을 시켰는가? 가령 마부를 먼저 보내 말을 찾아왔다면 자공은 내심으로 탄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자공을 보내고 다음에 마부를 보냈기에 마부도 자기를 표현할 기회가 있게 되었고, 따라서 자공은 공자의 말을 수긍하게 되었다. 성인은 인정과 사리를 통달하고 있기에 각 사람의 재주들을 모두 충분하게 발휘시킬 수 있다.

*태로 - 제물로 바치는 소. 양. 돼지 등 희생물

*구소 - 고대음악의 이름. 하나라 하우가 지었다고 함. 공자는 그 노래를 듣고는 석달동안

기의 맛이 어떤지 몰랐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