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 친구 혜시가 문상을 왔다. 장자는 마침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질그릇 장구를 두들기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앉을 때는 무릎을 꿇고 앉았으므로 털썩 주저앉아 두 다리를 앞으로 뻗으면 극히 무례한 자세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빈소에서 장자는 그런 모습으로 문상객을 맞이했다.

장자를 위로하려든 혜시는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장자는 장단에 맞춰 노래까지 부르고 있었으니, 새장가를 꿈꾸며 즐거워하고 있는 걸까. 혜시가 점잖게 꾸짖었다.

“이보게 친구, 울지 않겠다면 그건 좋아. 하지만 젓가락까지 두들기며 노래를 한 대서야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장자가 대꾸했다. “내 얘길 들어보게. 집사람이 막 죽었을 때 사실 나도 슬펐다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게 아니더란 말일세. 집사람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형체도 없고 모습도 없지 않았었나. 그러나 어떻게 하여 모습을 갖추고 이 세상에 나왔던 것이네. 그러다 때가 되어 주검이 되었고, 저 주검도 이게 자연의 이치인데 그런 자연의 이치를 슬퍼하고 거부하고 저주할 필요가 있겠는가. 춘하추동 사계절이 무한히 반복되듯 우리의 생명도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일세. 누가 아나 집사람은 지금 아늑하고 고요한 세계에 빠져들어 달콤한 잠을 자고 있을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내가 방금 통곡한 것이 갑자기 우스워지더란 말일세. 그래서 웃음이 나왔고 웃다보니 즐거워 젓가락 장단에 맞춰 한곡을 뽑고 있었던 것이지.”

장자는 삶과 죽음의 문제 역시 달관된 태도로 임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게 달관된 태도를 보였다.

제자들이 스승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나름대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려 부산을 떨었다. 장자가 담담하게 타일렀다. “얘들아 내가 죽으면 그냥 들판에다 내다 버리거라. 하늘과 땅이 내 관짝이요, 해와 달이 내 부장품이며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수의로다. 산천초목과 들짐승 날짐승이 모두 조문객이 되겠으니 더 이상 준비할 것도 말 것도 없느니라. 내 죽거든 그냥 들판에 던져다오.”

장자에게 배웠으면 스승의 스타일은 능히 짐작하련만 제자들이란 게 그래도 예의를 지키겠다고 버텼다.

“선생님 그래도 관은 하나 준비하렵니다. 그냥 내다 버리면 독수리 올빼미 부엉이들이 와서 쪼아먹지 않겠어요?”

제자들이 너무 기특하다. 그러나 장자는 이렇게 답한다. “참 힘든 것들, 관에 넣어 땅속에 묻으면 개미나 땅강아지들이 들어와 뜯어먹지 않겠느냐. 결국 누가 먹든 같은 것이야. 뭐하러 고생하여 관을 사면서 돈 쓰고 땅 파서 묻느라 신경 쓰느냐. 독수리 올빼미에게 줄 것을 빼앗아 개미나 땅강아지에게 주어야 마음이 꼭 시원한가.

인간이란 죽으면 결국 먼지가 되는 것. 굳이 그럴 필요 없느니라. 그냥 들판에 갖다 버리거라. 에휴~ 한심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