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 초엽, 어느 날 대신 공수정, 왕영 등과 함께 주연을 열었다. 연회가 길어지면서, 만취한 공수정이 태종의 면전에서 왕영과 언쟁을 벌이는 행동으로 무례를 범했다. 연회에 참석한 대신들은 태종에게 공수정과 왕영 두 사람에게 엄벌할 것을 청했지만 태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날, 그 공수정과 왕영 두 사람은 전날 자신들의 잘못을 떠올리고는 마음 졸이며 태종에게 죄를 청했다. 그러자 태종은 이렇게 말했다.

“그 날 과인도 취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노라.” 이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짓누르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태종의 넓은 아량에 감읍했다. 태종은 자신도 취했다고 말함으로써 군신 모두의 체면을 지키면서, 공수정과 왕영 두 사람의 실수를 거울삼도록 했다. 실로 보기드문 어수룩함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왕안석이 겨우 예닐곱살 때 한 손님이 노루 한 마리와 사슴 한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어서 가져왔다. 그가 왕안석에게 어느 것이 사슴이고 어느 것이 노루냐고 물었다. 왕안석은 분별할 수 없었지만 한참을 바라보다 말했다.

“노루 옆에 있는 것이 사슴이고, 사슴 옆에 있는 것이 노루입니다.” 손님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모호한 인식이야말로 기지와 지혜의 표현일 것이다.

「입신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총명과 지혜이나, 이런 총명과 지혜는 때로 어수룩함에 기대어 드러난다. 정판교는 총명함에도 크고 작음의 구분이 있고, 어리석음에도 진위의 구분이 있다고 했다. 소위 작은 재주를 피우는 것은 진짜 바보의 거짓 지혜이며, 큰 총명함으로 작은 재주를 부리는 것은 거짓 어리석음이자 진정한 지혜라고 말했다. 따라서 사람이 어수룩하게 살기는 어려우니 큰 지혜가 바로 이 어수룩함 속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

- 난득호도경(難得糊塗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