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곡 희망연대 지도위원

서기 2013년 계사(癸巳)년 단기 4346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에 우리는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치렀다. 비교적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함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낄 만 한 것이다.

그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통합, 상생, 정의’가 시대정신임을 확인한 것도 역사의 큰 분수령을 넘기 위한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좌절은 당사자에겐 지금은 크게 느껴질지 몰라도 긴 역사에서 보면 잠깐 지나가는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난 선거 기간에 뚜렷이 표출된, 즉 같은 단어들이 세대와 지역, 계층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이 현실에서,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지혜와 힘을 모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입장과 견해의 차이에 따라 다름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특히 우리처럼 압축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나 국회, 정당들이 혁신하려는 기운이 잘 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우리 시대의 화두로 되고 있는 ‘통합, 상생, 정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인문적 소양이 높아지는 것이 그 토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소수의 성인이나 철인들이 깨달은 것을 이제 보통 사람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의 진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어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는가?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더라도, 텅 비어 있는 데서 출발하여 그 양 끝을 들추어내어 마침내 밝혀 보리라.” (논어 제9편 자한 7장)

子曰, 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첫째는 <아는 것이 없다(無知)>는 것이다.

요즘의 과학적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사실의 반영물을 자신의 뇌가 저장하고 있는 기억이나 정보 등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사실 그 자체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이것을 일상적으로 자각하는 것, 즉 무지(無知)를 자각하는 것이 진실한 앎의 시작인 것이다.

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이 ‘텅빈(空空)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일단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이나 주관이나 고정관념을 일단 내려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들이 필요 없다거나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과 대단히 근접할 수도 있지만, 사실과는 별개의 자신의 판단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셋째는 그렇다고 모른다고 주저앉거나 적당히 버무리지 않는다.

즉 불가지론(不可知論)에 빠지거나 하여가(何如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를 읊조리지 않는다. 결정하고 소통해야할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양끝을 들추어내어 ‘사실은 무엇인가?’, ‘진리는 무엇인가?’를 끝까지 탐구하는 태도인 것이다. 이것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지금의 토론 문화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 즉 ‘누가 옳은가?’하고 마주보고 따지는 토론문화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하고 같은 방향에서 함께 탐구하는 연찬문화를 넓혀가는 것이야말로 근저(根底)에서부터 우리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우리 국민이 이런 문화를 보편화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 일을 본격적으로 착수하자. 그리하여 일찍이 한 세기 전, 그 척박한 땅의 백성들에게서 나온 ‘개벽’의 꿈, 그 아름다운 희망을 실현해가자! 비할 수 없이 좋아진 사회적, 물질적 조건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