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전국적으로 주민 주도의 내생적 지역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마을만들기 사업과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한 지역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마을만들기사업 등이 과거의 새마을 운동과 다른 점은 상향식 지역개발사업이란 점이다. 새마을운동이 강제성을 띈 하향식 지역개발 사업이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마을만들기를 비롯한 각종 지역개발 사업은 상향식으로 주민참여에 기반한 주민주도의 사업이란 점이다.

주민들이 자신들이 직면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선정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하드웨어 사업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각종 교육사업이 병행되고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화시킨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개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하여 중간협력조직을 두어 행정과 마을사이에서 전문적인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중간협력조직은 예산지원에만 그치는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 전문적으로 마을과 지역발전을 위한 서포터즈 역할을 수행한다. 중간협력조직이 수행하는 멘토링, 컨설팅, 모니터링과 환류 등의 과정은 마을과 지역이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허가 문제와 주민 간 갈등해소, 마을발전을 위한 기획, 설계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협력자,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라북도 역시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마을만들기협력센터를 두어 전라북도내의 향토산업마을 등을 육성, 지원하고 있다. 성공적인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 일수록 중간협력조직, 혹은 중간지원조직이 설치되어 있거나,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진안, 완주 등이 그런 지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자체는 중간협력조직이나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인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했고 전라북도도 그런 사례를 본받아 중간협력조직인 마을만들기 협력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익산도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담당까지 두고 있으나 전국적인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예산을 주고 관리업무, 행정업무를 수행하기도 바쁜 현실이다. 형식은 갖추고 있으나 콘텐츠가 부실한 것이 원인이고 성공적 추진을 위한 인프라도 미흡한 탓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가는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중간협력조직이 없고, 전문가를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예산지원은 할 수 있겠으나 마을과 지역개발의 전문가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멘토링, 컨설팅, 평가관리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해결과 함께 성공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사업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도 중요하다.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의지와 이를 실행하는 시스템 및 사람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익산에 성당포구 마을이 있다는 것이다. 성당포구 마을은 익산시 농업기술센터가 문화, 역사, 생태자원이 우수한 지역적 여건을 고려해 지원해 온 마을이다. 이 결과 2006년부터 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어 익산에서는 마을만들기의 효시가 되었다.

2009년에는 익산시 1호로 농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자로 지정되었고 뒤이어 농협중앙회가 지정하는 팜스테이 마을에 선정되어 익산은 물론 전북지역에서도 대표적인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발효음식마을로 지정되어 성당포구마을의 전통적인 젓갈 등 그 음식솜씨를 인정받게 되었다.

성당포구 마을만들기 초기에 농업기술센터의 역할과 노력이 돋보였다면 최근에는 문화관광과와 도시개발과의 협력이 뒷받침되고 있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문화관광과는 성당포구 마을의 홍보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도시개발과는 성당포구 금강체험관과 그 부대시설 등 하드웨어를 강화함으로써 체험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의 컨설팅이 결합하면서 성당포구 마을만들기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 결과 성당포구 금강체험관을 이용하는 유료 체험관광객만 매월 600명이 넘고 수천 명의 무료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과제도 많지만 상향식, 내생적 마을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와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고, 일할 사람이 있어 성당포구 마을은 희망적이다.

성당포구 마을은 익산시 마을만들기의 모범에서 전국적인 마을만들기 모범사례로 진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익산시는 종합적인 협력시스템인 중간협력조직을 두어 네트워크 타워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업무를 통합하고 중간협력조직이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의 네트워크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면 성당포구 마을뿐 아니라 여러 마을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의 모델로 발전하리라고 본다.

성당포구마을의 진화가 다른 마을로 확산되는 미래를 생각하면 흐뭇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