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람들 > 새해 계획, 그리고 절실함

새해 계획, 그리고 절실함

김정필 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그 동안 새로운 계획과 다짐을 해 왔다. 그러나 거의 지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올해도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잘 지켜야 할 텐데’하는 마음부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의 새로운 다짐은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의료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니 이래저래 한의학서적을 뒤적이기는 했고 독서회 모임을 통해 책을 꾸준히 읽어 왔으니 그 동안 전혀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이고 긴 계획을 가지고 공부해 본적이 없다.

즉,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써 배움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상황 상황에 맞춰 책을 넘기기는 했지만 나를 깨고 향상시키는 방향에서의 배움을 가지지 못했다. 한의학 공부든, 독서를 통한 공부든 나 자신의 변화와 내가 가고자 하는 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공부일 텐데, 성과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즐거움’과 ‘만족’의 차이에 대해 말해 준 것이 기억난다. 말(馬)을 배우는 것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처음 말을 타면 즐겁다. 생전 처음해보는 경험이고 신기하기 때문에 즐겁다. 그러나 만족감이 들지는 않는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잘 타지 못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말을 잘 타게 되면 만족감이 생긴다.

물론, 그렇게 잘 타기 위해서는 고통이나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으며 어느 순간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 진정한 즐거움을 위해 당장의 즐거움을 잠시 뒤로 밀쳐두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타게 되면 당장의 즐거움보다 몇 배의 즐거움이 돌아오며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즐거움은 마음의 좋은 상태일 뿐이지만 만족은 노력을 통해 얻은 자기 극복이며 성장이기에 더 가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저 책을 보고 있다는 자기 만족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자기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과시나 자위일 뿐이다. 진정 성장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통해 내가 변하고 행동이 변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내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공부는 나를 변화시키는 노력이다. 공부답게 해야 한다.

그럼, 왜 지금까지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아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거에 이렇게 공부했던 적이 있다. 학교 다닐 적에 학생운동 한답시고 학과공부보다 더 열심히 사회과학 책을 보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줄을 쳐가며 공부했으며 이를 실천하기 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져던 기억이 있다.

복학해서도 뒤떨어진 학과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본과 3학년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힘들었지만 도서관에 남아 늦게까지 혼자 공부했다. 졸업 이후에 의료를 업으로 삼기 위해 부산까지 다니면서 한의학공부를 했던 기억도 난다. 아는 것이 너무 없으니 부산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매주 다녔었다.

그때는 정말 열정이 대단했다. 나에게도 이런 때가 있었다. 분명히 나를 변화시켰고 그만큼의 성과를 냈던 소중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열정이 사라졌다. 왜 일까?
나는 시민활동가이다. 한 시민단체의 대표이다. 시민운동을 통해 나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며 제대로 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남들 앞에 서서 연설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 설득하기도 하고 부정에 맞서 투쟁하기도 하고 비판하고 큰 소리치기도 한다. 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러나 정말 철저히 했을까? 큰소리 친 만큼 나는 정말 모범적인가? 아니 정말 시민을 위하고 있는가? 돌이켜보면 부끄러움이 많다. 시민활동가라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데 혹시 과거의 생각과 안일함으로 오늘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시민활동가라면 더욱 더 공부해야 한다. 시민을 대변한다고 자청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과거와 같은 절심함과 필요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 시간을 갖고자 한다. 나에게 시민활동에 대한 절심함과 필요성이 있는지!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면 그 계획 이전에 과연 나에게 절심함과 필요성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그런 것이 없었다면 다시 한 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를 변화시키는 공부를 찾아 나서고 싶다. 그래야 시민활동가답고 그래야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