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갈 곳이 없어 묘 옆에서 자기로 하였다. 한참을 자다가 깼는데 저 건너편에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게, 여보게!”

그러자 자기가 자는 묘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왜부르나?” 다시 그쪽에서 말했다. “오늘 밤이 내가 죽은 날이야. 그래서 아들녀석이 오늘 밤에 내 제사를 지낸다네, 나하고 같이 제삿밥 먹으러 가세”

이에 자기가 누워 있는 묘에서 대답했다. “나는 손님이 와서 못가, 자네나 갔다 오게” “그럼 할 수 없지. 내가 다녀오겠네”

그리고 조용해졌으므로 그 사람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저쪽에서 다시 말소리가 들렸다. “나 다녀왔네, 자네 손님 잘있나?” “응. 잘있어. 그런데 어째서 벌써 왔어?” “가보니까 신통치가 앉아서 그냥 왔네” “아니 뭐가 그리 신통치 않아?” “제사 지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손주녀석을 아궁이에다 집어 넣고 왔네”

“그게 무슨소리야 얼마나 잘못했기에 그랬어?” “아 국이라고 보니 구렁이를 집어 넣었지. 밥이라고 보니 바윗덩이를 넣어 놓았지. 그걸 먹을 수 있나? 그래 홧김에 손주를 아궁이에다 집어 넣고 왔지” “아이 원체 잘못했구먼”

산길을 가던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피곤하여 그대로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하였다. 그래서 간밤에 들은 혼백 아들의 이름을 생각하며 그 집을 물어 물어 찾아가서 주인에게 물었다. “어젯 밤에 아무일 없었습니까?” “아이고 어제 저녁에 제사를 지냈는데 우리집 아들녀석이 아궁이에 데여 경황이 없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누구의 제사를 지냈습니까?” “예 저의 아버지 제사를 지냈습니다”

나그네는 어제 밤에 묘 옆에서 자면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는 밥과 국을 살펴보았다. 과연 밥에는 돌이 들어 있고, 국에는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구렁이라 한것은 머리카락, 바위라 한 것은 잔돌을 말한 것이었다.

나그네는 주인에게 제사를 다시 지내라고 하였다. 그집 주인이 다시 날을 잡아 제사를 정성껏 지내니 어린아이 덴 것이 바로 나았다는 이야기가 민담으로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