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산의 농민 가운데 서로 농토의 경계선을 침범하여 말썽을 빚는 사람들이 있었다. 순(舜)이 그곳으로 가 농사를 짓자 채1년도 안되어 분쟁이 싹 가셨다. 황하의 어민들 사이에도 좋은 낚시터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자주 일었다. 순이 그곳으로 가 낚시질을 하자 1년 안에 좋은 자리를 손윗 사람에게 양보하는 미풍이 생겼다.

동이(東夷)의 옹기장이들은 그릇 굽는데 아주 서툴렀다. 순이 그곳으로 가 함께 그릇을 굽자 1년 새에 그곳 도공들의 기술이 무척 발전했다. 

이 얘기를 들은 공자가 감탄해 말하기를 “농업도 어업도 또 옹기장이 일도 원래 순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그런데도 순이 스스로 그 일에 뛰어든 것은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함이다. 참으로 어진 일이다. 스스로 힘든 노동을 함으로써 백성들의 본이 된 것이다. 이를 일러 덕의 큰 힘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때 요(堯)임금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하고 어떤 사람이 유가의 선비에게 물었다. “요는 천자였지요”라고 유가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공자가 요임금을 가리켜 성인이라 하는 것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성인이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 천하의 모든 그릇됨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요가 만일 그런 성인이었다면 농민이 밭두덩으로 말썽을 안 일으켰을 것이며, 고기잡이들도 애당초 자리싸움을 안 했을 것이다. 또 옹기장이들이 조잡한 그릇을 굽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랬었다면 순이 덕을 베풀데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순이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요임금이 실정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순이 성인이면서 요역시 성인일 수 없다. 요가 성인이라면 이번에는 순의 덕에 문제가 생긴다. 요도 성인이며 순도 성인일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창을 선전할때 이렇게 말한다. “이 창(矛)은 하도 단단하고 날카로워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가 있다오” 또 방패를 팔 때는 이런 소릴 했다. “이 방패(盾)는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가 없다오”

어떤 사람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오?” 장사꾼은 입을 열지 못했다.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 어떤 방패건 뚫을 수 있는 창이란 함께 존재할 수 없다. 요와 순이 둘 다 성인이 될 수 없는 것이 모순(矛盾)의 이치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