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자체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하는 일이 소통부재나 현실과 맞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물론 여러 가지 검토사항이 많은데다 업무와 예산 기한을 고려해야 하는 등 골치 아픈 사항이 많기 때문에 애초 계획대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가 간다.

공직자들의 업무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도 잘 알고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여러 가지 법, 제도와 절차도 기관, 부서 간 협의하고 조율해야 하는 등의 일도 만만찮기 때문에 계획변경이나 설계변경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모두 다 이해가 가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누가 봐도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못된 계획이 선다면 문제다. 더구나 바람직한 계획이 잘못된 쪽으로 변경된다면 이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애초 계획이나 설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상책이라면 애초 잘된 계획이나 설계를 변경하는 일은 하칙도 아닌 악책이라 하겠다.

지난 2009년 지방도 723호선 공사를 하면서 국도 23호선과 접하는 다송교차로가 생겼다. 이 평면교차로를 입체교차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5월부터 총사업비 69억원을 들여 착공에 들어가 2016년에 마무리한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여러 가지 고사가 떠올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망우보뢰와 실우치구, 양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망양보뢰, 때늦은 한탄의 뜻을 지닌 후시지탄, 탄식할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만시지탄,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실마치구’등 제 때 일을 바로 하지 못해 나중에 일을 다시하거나 후회하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등이다.

이외에 사후약방문, 사후청심환, 복수불반분 등이 있다. 일을 그르치거나 소홀해서 생기는 잘못을 경고하는 고사와 말들이 이리도 많은데 매번 계획과 설계에 오류를 범하거나 부정비리에 의해 잘못된 결과를 양산하는 일이 허다하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애초 다송 교차로 공사 시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차로가 될 것이라고 말들이 많았다.

다송교차로는 익산에서 진행하는 차량은 다송초등학교 내리막길에서 가속을 낼 수밖에 없고, 함열쪽에서 진행하는 차량 역시 급한 내리막길이라서 백제장례식장에서부터 가속이 붙는 지형을 이루고 있다. 교차하는 지방도 역시 급커브와 내리막길로 이뤄져 교차로가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시 평면교차로 설계가 있을 수 없는 지형인데다, 많은 사람들이 입체교차로 설치가 당연하다며 평면교차로 설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런 무수한 지적을 받아들였다면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애초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누군가의 외압이나 로비에 의해 변경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송교차로를 입체화하지 않고 평면교차로로 한 것은 결과적으로 커다란 과오를 범한 일이 되었다.

이제 69억 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또 입체화 공사에 투입된다니 국민혈세 낭비 현장을 또다시 보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니 긍정적이라 하겠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는 장신이라는 신하가 사치와 방탕에 빠진 신하들을 경계하고 청렴함을 견지하며 국사에 전념하도록 양왕에게 진언했다.

하지만 양왕은 충직한 신하인 장신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장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면박을 주었다. 이로인해 장신은 초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이후 초나라는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양왕은 망명객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양왕은 이 지경이 된 후 장신의 고언이 떠올랐다. 양왕은 조나라에 가 있는 장신에게 사자를 보내 그를 다시 맞아들이며 앞으로의 대책을 물었다. 이에 장신이 대답하길 ‘견토이거면, 미위만야, 망양이모 미워지야’라고 답했다.

즉 토끼를 본 뒤에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도망친 후에 외양간을 고쳐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망양보뢰가 나왔다. 다시말해 양을 잃었어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송교차로의 입체화 작업은 만시지탄이긴하다. 하지만 망양보뢰라고 이해하고 싶다. 평면교차로 때문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게 삼가 위로의 말씀을 대신 전하며 또다시 우를 범하는 공사가 아니라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는 완벽한 공사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