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농업이 어려워지면서 농촌지역이 처한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정책과 정책수단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했지만 농업·농촌이 직면한 난관과 과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농업정책에서 농촌정책으로 확대되고 식품정책까지를 농업정책의 영역에 넣어 다루고 있다.

식품산업과 농업의 연계는 당연한 것이지만 농업이라는 생산의 영역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농촌정책을 통해 새로운 농촌발전 방안을 모색하다가 또 다시 식품산업정책이 농업의 영역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선 다양한 농업정책의 추진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생산과 소득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생각한 정책당국은 농촌정책을 통해 붕괴되고 과소화 된 농촌과 지역을 살릴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대적 요청과 고민 속에서 나온 농촌정책은 농업의 문제가 단순한 생산 영역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영역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데서 출발한다.

즉 새로운 돌파구로서 농촌정책이 나오고 이런 농촌정책은 지역정책과 맞물리면서 농업과 농업외 영역이 지역이라는 틀 속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의 결합을 이뤄내고 이런 지역 내 모든 역량의 결합은 결국 융·복합화로 이어져 지역과 농촌을 희생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농촌과 지역 정책 속에 마을만들기 정책이 현장에 구현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농업정책만으로 농촌을 회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확장된 정책으로 농촌정책이 중심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농업·농촌, 지역정책의 흐름은 일본의 농촌정책의 사례가 기본이 되어 우리 농정에 이입된 것으로 우리 실정과 처지에 맞는 농촌정책을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국한시켜 살펴보면 소득사업, 문화·관광·체험사업, 복지사업, 농촌개발사업, 환경농업사업과 이를 융·복합화 시키는 수 없이 많은 영역과 분야의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단위사업명도 녹색농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정보화마을, 건강장수마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향토산업마을만들기 등 10여 가지가 넘는 지역개발사업들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예산도 적지 않게 투자되고 있다. 과제는 기왕에 할 거면 잘 해야하고 성과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목적과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나는 이 사업들이 누구를 위한 사업이냐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농촌에 살고 있는 농업인과 지역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역 내 주민의 역량과 경험이 적다보니 외부의 협력과 지원은 필수지만 결국 모든 귀결은 주민을 위한 것으로 지역주민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소득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의 다양한 협력기관들이 사업적, 기술적인 파트너십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의 인적·물적 자원이 유기적으로 순환하여 자생력을 갖추어 가도록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일이다. 따라서 예산투자도 주민들 중심이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효과적인 예산의 분배다. 가급적 소득사업과 일자리 창출이 연관 된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지역에서 평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예산이 사용 되어야 한다. 최근 소득사업과 하드웨어 사업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많은 농업인 교육사업과 교육기관을 활용하고 연계시키면 교육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컨설팅예산은 복잡한 사업계획서 수립이나 형식적인 컨설팅사업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인 지역개발과 마을 만들기가 되도록 특정업체 중심이 아니라 종합적, 체계적인 멘토링과 마을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내생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는 극히 단순화하고 꼭 필요한 사업만 구체적, 계획적으로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마케팅 역시 꼭 필요한 사업과 아이디어를 주민의 창의를 모아내도록 하고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의 조언이 수시로 이뤄지도록 해야지 특정업체가 일방적으로 교육, 컨설팅,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 예산을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업도 단순화해 실용적인 사업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사업을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 희망근로 등으로 할 수 있는 사업까지 너절하게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은 예산낭비다.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이 사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이 전문가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 지역과 그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주민이다. 어설프게 알면서 지역과 마을을 코디하면 모두가 불행이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들어주고 이끌어 내는 일까지가 외부의 역할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이런 시각에서 하지 않으면 그 동안 농업·농촌에 쏟은 정책과 투자한 예산이 목표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왜 성과가 나오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에게는 행복한 삶터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먹고사는 일과 함께 철학과 정신이 지역과 마을에서 곱게 자라도록 도와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잘 해야 된다.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성과주의가 아닌 성과를 내야하고 사업이기는 하되 주민의 삶이 행복한 사업이어야 한다. 그래야 마을 만들기를 왜 하는지 물음에 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