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자세한 행장은 남아있지 않다. 「전등록傳燈錄」에 그의 유년 시걸과 출가를 한 후 뛰어난 안목과 대기대용大機大用으로 중생을 깨우치고 목불을 태워 사리를 찾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참다운 부처가 무엇인가 자각케 한 일화는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

그는 처음 유교에 심취하여 과거를 보려고 서울로 가다가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냈는데 그날 밤 꿈에 방안에 광명이 가득한 꿈을 꾸고 태몽에 따라 출가를 결심한 사람이다.

여관에서 하룻밤 묵고 길을 나서자 낯선 선객禪客이 길을 막았다. “선생은 어디로 가는가?” “과거를 보러 간다” “과거를 보는 것이 부처를 보는 것만 하겠는가?” 그 길로 강서로 가서 마조도일을 친견하자. “그대는 남악의 석두石頭가 그대의 스승이다”고 길을 일러주었다. 그는 바로 석두를 친견하고 제자가 되었다.

석두는 천연에게 방앗간 일을 하도록 했고, 천연은 3년 동안 아무 불평없이 지냈다.

어느날 석두는 대중들에게 법당 앞의 풀을 깎으라고 당부했다. 이튿날 대중들은 풀을 베었으나 천연선사는 세숫대야에 물을 떠서 머리를 감고 석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석두가 기쁜 듯이 한바탕 웃고 나서머리를 깍아주고 계법을 말해주려고 할 때 천연은 귀를 막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강서로 가서 마조도일을 친견하기 전에 큰 방으로 들어가서 성승聖僧의 목을  타고 앉으니 대중이 깜짝 놀라 마조에게 알렸다. 그의 행동은 이처럼 파격적이고 경이로운 데가 있었다.

마조가 큰방에 들어와 대중들에게 말했다. “내 자식아, 참으로 천연스럽구나!” 그는 마조 앞에 절을 하면서 ‘이름을 지어 주어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그의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다.
천연의 파격적이고 격외적인 발언은 일상에 집착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장경長慶4년(824년) 6월 23일에 “목욕물을 데워라. 나는 떠나야 한다”고 말한 후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신을 신은 후 한 발을 내딛으려 했지만 발이 미처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선 채로 입적을 했다.

깨달음의 정신이 육신까지 자제하고 만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