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필성 칼럼니스트

학창 이종록 박사의 ‘교육과 창조’의 교육 고희기념논문집 봉정과 함께 사학인의 최고 영예이며 상훈인 봉황장鳳凰章전수식이 1991년 9월6일 군산영비회관에서 열렸다. 22년 전의 일이다.

1921년 6월23일 군산 나운동에서 태어나 여기서 성장, 지금껏 이집을 지키고 있는 학창(현재 주거는 아파트)은 향토교육인으로 평생을 보내고 있다. 지금 93세다.

학창은 군산 신풍국민학교와 당시의 명문교인 이리 농림과 일본 요코하마(가나가와 대학)전문 법학과를 거쳐 교토에 있는 기독교재단의 동지사대학 법문학부를 다니다가 일제말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되어 복무하다 중국 남경에서 광복을 맞아 귀국했다.

학창은 다시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연구, 우리나라 대학에서 최초의 교육학을 전공했다.

이 박사는 해방이 되던 해인 1945년 10월5일 오후 4시경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 군산을 찾았고 2주 후에 군산중학교(6년제)교사로 임용되었다.

당시 나이 24세. 문교부 고등교육국장을 거쳐 옥구중학교 교장 전북대 상과대학의 전신인 사립 군산대학 학장을 지내면서 국립 전북대 상과대학 설립에 크게 기여했다.

해방되던 해 학창은 불우하고 배움에 굶주린 젊은이들을 모아 중앙초등학교 교실을 한 칸 얻어 무보수로 야간수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사학의 대표적인 학교법인 광동학원의 시작이다.

그 후 지금의 88맨숀이 세워진 자리에 있었던 일인들의 군산유치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광동의 짝이 잉태됐다. 오늘날 군산 중앙중교와 군산중앙여교를 운영, 교장.이사장을 맡으면서 원광대.전북대에서 교육학을 강의했다. 원광대학교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후 숙명여대를 비롯 서울대 중앙대 한양대 건국대 가톨릭신학대학 등 8개 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했다. 이 기간 동안 잠시 문교부 고등교육을 지냈다.

그후 학창은 ‘창조적 교육론’등 42편의 교육논문을 발표했고,저서 2권도 펴냈으며 중국 문화학술원의 철학박사 학위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남3녀의 아버지로서 부인과의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학창은 젊은시절 YMCA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은 대한감리교 군산교회의 장로로 있다.

선조대왕때의 팔도병마철도사(현 3군 참모총장)와 한성부윤(현 서울시장)을 지냈고 후에 영의정을 수서한 이몽룡의 11대손인 이박사의 선영은 은파유원지 입구 좌측 산에 있다.

이박사가 학병으로 징용됐을때의 모습이 새롭게 떠오른다. 그는 그 특득한 동지사대의 사각모에 단정한 학생차림으로 부모형제 친척들과 전 군산역을 향해 걸어갔던 모습은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은 눈에 선하다. 이때가 1944년 1월20일이다. 그때 학창은 부모에게 ‘내가 징용되어 가더라도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1·20학병사기’에서 학창은 간부 후보생시험의 최종단계의 부대장과의 면접에서 부대장이 기독교는 아편이며 미.영국의 침략전의 앞잡이라는 단정에 대해 전면으로 부정하고 반론을 제기하였기 때문에 불합격 될 것으로 알았지만 뜻밖에 합격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당시 우리고장이 낳은 민족시인 고은高銀은 ‘나의 산하 나의 삶’이란 자전소설에서 ‘이종록 교장은 나를 데리고 교무실로 갔다. 교무주임과 교사들은 모두 10여명,생각보다 교사 수가 적었다.교장이 나더러 1학년,2학년의 국어와 미술을 맡으라고 한 사실은 어느정도 짐작했다. 교원자격이 엄격하지 않을 때라 대학 중퇴자도 많았다. 나같은 스무살도 안된 애송이 중학생 수준으로 교사가 된 예는 없다. 나와는 사돈지간이다’이렇게 이 교장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봉정식에는 동료,후배,제자등이 모여 이박사의 교회를 축하해주었다. 원광대의 김삼용총장을 대신해 송천은부총장이 나와 ‘6월의 마지막 고별강의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향리에서 교육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이박사의 교육사업이 보다 번창하기를 바란다’고 축사의 말을 했다.

동지사 대학의 예과생으로 그의 후배이며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이한빈(작고)은 천리길을 마다않고 찾아와 축하해 주었다. 이 박사는 ‘인생의 최고의 행복은 인격이다’라고 축가의 말을 전하면서 ‘종록형은 그때 사색적이였다.’고 회상했다.

장남 이승우(현 군장대학 총장)은 ‘언제나 웃음을 읽지 않는 아버지상'을 말해 주기도 했다.

학창은 앞으로도 한국의 선비정신이 이고장에 살아 있음을 일깨워 줄것이며 지금 자택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 학창의 앞날에 더욱 건장하시길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