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종시대에 개성 가무 뛰어난 절세의 미인 기생이 살았다.

그의 본명은 진이眞伊고 기생명은 명월明月이다. 여성이지만 어려서부터 천자문을 배우고 고전을 익혀 한시를 지었으며, 글씨와 그림에 능하고 가야금까지 익혔다. 양반집 정실부인의 딸은 아니나 학문과 서화를 하면서 자란 그가 기생이 되었다는 것은 예사롭고 평범한 일은 아니다.

황진이는 당대에 유흥을 좋아하고 호기로 유명한 벽개수와 시를 주고받기도 하고, 10년 동안을 면벽 수도해 살아있는 생불이라고 소문난 지족선사知足禪師를 파계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서경덕의 학문이 유명하다는 소문과 지조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경덕에게 찾아가 유혹했으나 거절당했다. 그 후로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기녀 황진이의 소문이 자자하여,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한량들이 모여들었지만 모두 물리쳤다. 그러던 어느 날 남루한 중년의 선비가 황진이의 집에 들어왔다. 하인들이 그를 알아내려고 소란스러웠다. 이를 목격한 황진이는 형색은 남루하지만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보고 대청에 모시어 큰 주안상을 차려 올린 후 새 지필묵을 꺼내 「點一二口牛頭不出」 이라고 써 보였다. 선비는 기생의 글귀를 보고 방긋 웃더니, 기생의 명주 속치마를 펼치게 한 후 단 필로 「許」자 한자를 썼다. 순간 진이는 그 선비에게 큰절 삼배를 올렸다. 삼배는 첫 정절을 바치는 남자에게 하는 여인의 법도이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밤이 새도록 운우의 정을 나누고 헤어졌다. 진이는 평생토록 잊지 못하여 전국을 헤매다 어느 절에서 만난 후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생을 끝냈다고 전한다.

진이가 죽기 전에 항상 말하기를 “내가 죽으면 관에 넣지 말고 까마귀, 솔개, 개미들의 먹이가 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 말은 온 세상의 여자들에게 던진 교훈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지만 폐쇄된 조선 여자의 신분이 아닌 자유스런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여류 시인의 근성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기록은 분명하지 않으나 40세 전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