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갈잎을 태우는 동안
빈 뜨락의 청색을 위하여
손은 일몰 뒤 돌비늘로 반짝인다.
까칠한 나뭇가지 끝을 나부끼는
늘 차고 어두운 나의 바람들.
희하얗게 우뚝 선 얼음절벽은
얼마나 오랫동안 뼈를 드러낼까.
겨울 담 높은 골목으로, 어둑어둑한 지하도로
총총히 꺼져가는 행인들.
그 뒤론 삶의 안개가 묶이고
남아 있는 빛, 꽃잎은 날린다.
사발 하나 그득히 웃는 보름달
문득, 식탁의 손끝에 닿는
한 가닥은 남고, 한 가닥은 달아나는
부들부들 떠는 봄날의 청학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