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秦失이라는 사람이 노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갔으나 영전에서 세 번 곡哭을 하고 그대로 나와 버렸다. 그것을 본 노자의 제자가 진실을 힐책했다.

“선생께서는 우리 선생님과 오랜 친구 사이가 아니십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친구인 선생님께서 그런 식으로 조문을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괜찮다.”

평소에 나는 선생을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이제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아까 안방에 조문을 하면서 보니,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육친이라도 잃은 것처럼 울고 있었다. 이렇게 조문객이 몰려든 것은 죽은 이가 평소 그렇게 하게끔 자네들에게 말과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물론 선생은 슬퍼해 달라거나 울어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말이 없는 가운데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고 있었던 거겠지. 선생은 하늘의 이치에 벗어나고, 인간 본래의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즉 하늘에서 받은 인간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니 옛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의 이치(天理)에 어긋나는 죄라고 했다. 선생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태어날 때를 만났기 때문이며, 세상을 떠난 것은 떠나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정해준 때를 편히 여겨 운명에 순응하면 슬픔과 즐거움이 끼어들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경지를 가리켜 옛 사람들은 천제天帝가 준 생사의 고苦에서 벗어난다고(帝之縣解) 하였다.

하나하나의 장작개비는 타서 없어져 버리지만 불은 영원히 타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장자의 내편 제물론에 나오는 한 대목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실한 삶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하게 하는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