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진대가 맹자께 말했다. “선생님께서 제후들을 찾아뵙지 않으시는 것은 사소한 자존심에 집착하는 행동이신 것 같습니다. 지금 한 번 몸을 굽혀 찾아뵈시면, 크게는 그를 성왕이 되게 하고 작게는 그를 패왕이 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전하는 말에 ‘한 자를 굽혀 여덟 자를 바르게 편다’고 했으니,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에 맹자께서 답하셨다. 「옛날에 제나라 경공이 사냥 할 때, 제후가 대부를 부르는 방식으로 사냥터 관리인을 부르는데 오색 깃털 장식이 달린 막대기를 보내 부르자 오지 않았다. 이에 죽이려 한 일이 있었다. 공자께서 이를 듣고 칭찬하기를 ‘지사는 도를 지키다 죽어 자신의 시체가 도랑과 골짜기에 버려질 수 있음을 잊지 않고, 용사는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다 자신의 머리가 잘릴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공자께서 사냥터 관리인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하셨겠느냐? 자신을 부르는 방법이 옳지 않자 가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셨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합당한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겠느냐?

옛날에 진나라 조간자가 왕량에게 그가 총애하는 가신인 해와 함께 수레를 몰며 사냥을 하게 했는데, 해는 하루 종일 새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해가 돌아와 간자에게 ‘천하에 제일 형편없는 수레몰이꾼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 그 말을 왕량에게 알리자. 왕량은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하며 간절히 부탁해 승낙을 얻어, 다시 수레를 몰며 해와 함께 사냥을 나섰더니, 이번에는 해가 금방 새를 열 마리나 잡았다. 해가 돌아와 간자에게 ‘천하에서 제일 훌륭한 수레몰이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간자가 해에게 ‘그러면 이제부터 내가 그를 너의 전속 수레몰이꾼으로 해주겠다’라고 말하고는 왕량에게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으나, 왕량은 거절하며 말했다. ‘제가 지난번에는 그를 위해 수레를 법도대로 몰았더니 하루종일 한마리도 잡지 못했고, 이번에는 그를 위해 수레를 법도에 어긋나게 몰았더니 금방 열 마리나 잡았습니다. 「시경」에 말하기를 ‘법도에 맞게 수레를 모니, 화살을 쏘는 대로 맞추네’라고 했는데, 저는 소인과 함께 수레를 타는데 익숙하지 않으니 사양하겠습니다.’

수레몰이꾼조차 법도를 무시하고 활을 쏘는 사람과 영합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법도를 무시하고 활을 쏘는 사람과 영합하면 산더미처럼 많은 짐승을 잡을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도를 굽혀 제후들을 따를 수 있겠느냐? 너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도를 굽혀 남을 바르게 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지금 같은 난세에 꼭 필요한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