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올해로 희망연대는 10년이다. 그래서 기념식도 하고 후원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지나 온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올 10년을 조망해 보고 있다. 매 해마다 항상 평가하고 성찰해 왔지만 1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래, 나름대로 희망연대의 10년을 성공적이라고 가정할 때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생각해 본다.

희망연대는 일을 참 많이 했다. 사업의 양이 상당하다. 처음 회원으로 가입하는 신입회원들은 2시간 정도의 희망연대 소개를 통해 가입하게 되는데, 희망연대에서 하는 일들을 보여주면 모두들 깜짝 놀란다. 지역의 작은 시민단체가 엄청난 양의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창안사업, 지역공동체사업(벽화봉사단, 반찬봉사, 마을도서관사업), 지역연대사업, 공동체시민아카데미사업 등 회원사업까지 합치면 대표인 나도 심하다 할 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나는 가끔 우리 자신속에 남아있는 ‘소극성’을 본다. 활동을 많이 해 보고 사회운동도 해봤다는 사람에게서도 이런 소극성은 여실히 들어난다. 아니 고백하자면 나 역시 과거에는 그랬다. 대학 때부터 운동권에 있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사회운동을 했으니 속된 말로 운동권 골수 쪽에 속했던 사람이지만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주체 역량 운운하며 주저주저 했었다. 모든 문제를 “될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극복한 것이 희망연대였다. 물론, 계기가 있었다. 지금의 삼성동 어린이도서관을 만들 초기의 일이다. 희망연대와 몇 몇 주민들이 작은 도서관 설립에 관한 문제를 두고 모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희망연대에서는 다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작은 도서관 설립에 쓸 힘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설립보류를 결정하고 주민들을 만났다. 어렵게 “희망연대에서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기가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력이 부족해서……”라고 말을 꺼냈다. 주축인 희망연대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린이도서관 설립 진행은 사실 어렵다. 그런데, 주민 한분이 “왜, 희망연대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고 해요? 일단 한번 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의 생각을 바꾸었고 익산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이 만들어 졌다. 그때 정말 충격이었다.

이후 우리는 많은 일에서 “역량이 되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리가 할 일인가, 아닌가?” 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이미 많은 자원봉사활동에도 중심사업의 변환이 필요하다며 검증된 적 없는 사회창안사업을 희망연대의 중심사업으로 새롭게 세운 일, 희망연대 일만으로도 힘이 부친데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의 집행위원장과 익산급식연대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일 등은 그런 과정의 일환이었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 아닌가?”가 중심이 아니라 “될까?, 안될까?” 가 중심이 되어 사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정체성에 맞는 사업인지,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인지, 꼭 필요한 사업인지 이런 것이 중심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가능한가, 아닌가라는 물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극복이 지금의 희망연대를 있게 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워낙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주체적 역량을 안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첫 번째는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 시기상조이거나 실제적으로 역량이 부족하다면 실질적인 일은 미루고 준비라도 하면 된다. 준비 역시 실행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아예 안 하는 것과는 다르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염구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논어/옹야편)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서 포기하는데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