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세요? 아버지, 마당가에 닻을 내린 날부터 성긴 그물에는 어머니의 질긴 한숨이 수초처럼 걸려 올랐었죠. 꽉 다문 바다껍질보다 더 깜깜한 뻘물을 아버지는 좀처럼 토해내지 않았어요. 그림자 속으로 몸을 낮춰 엉킨 먹구름 풀어 그물코를 기우셨죠. 그때 지붕이 심하게 들썩였던 건 돌풍이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빈 약병들을 흔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그치지 않는 아버지 기침소리로 지붕 위 수많은 돌이 열렸고, 돌보다 무거워진 아버지는 오래 내려오지 않았어요. 그물코 같은 문살사이로 분주한 어머니의 발목이 길고 어둑한 치마자락에 한 번도 걸려 넘어진 적 없었지만, 생솔연기 속에 파묻힌 어머니의 눈물 속 불씨가 되고 싶었어요. 아버지 왜 지붕위로 그물을 던졌나요? 먼 바다가 아닌 골 깊은 아궁이에서 배는 마디마디 세찬 파도소리로 타올랐나요? 그 작고 껌껌한 아궁이가 배를 삼키고 바다를 삼키고 아버지를 삼겼어요. 팔 다리 여민 아버지 파도치는 불속으로 드는 날 평생 남루한 옷 한 벌이 바다를 향해 세차게 불었어요. 기침소리 거두어 폐선의 깃발 펄럭이며 먼 바다로 향했어요. 우린 아버지를 풀풀 날리며 뼛가루로 흩어진 바람이었어요.

아버지, 이곳은 여전히 바람이 세차요.
나는 저 들썩이는 지붕위로 오르는 단단한 돌이 되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