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노무현 대통령을 그린 영화 ‘변호인’ 돌풍이 거세다.

한국 영화의 흥행기록을 다시 쓰고 있고 곧 천만관객 영화가 될 기세이다.

우리 가족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자 어제 밤(12월31일) 심야 시간에 관람하였다. 영화관에서 송구영신을 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영화에 빠져 들었다. 사건을 조작하고 고문을 자행하는 악당들에게 분노하였고 살인적 고문으로 인해 피폐해져 가는 대학생 진우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고 아들의 상처를 보고 절규하는 국밥집 아줌마의 절규에 나도 울어버렸다.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변호인이 악당 고문경찰을 향해 “국민이 국가이다”라고 절규하며 소리칠 때 나도 함께 소리를 질렀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가족들은 말이 없었다.

아들이 내뱉은 한마디만 있을 뿐이었다.

“참 화가 나네--”

지금은 2014년 첫 새벽, 나는 잠을 청할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꾸 생각난다.

영화에서 본 인권 변호사의 모습이, 청문회장에서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며 울분을 터트리던 국회의원 노무현의 모습, 김영삼의 3당 합당에 반대하며 “이것은 무효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또한 3당 합당 이후 부산에서 연거푸 낙선하던 모습,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장인이 좌익이었다고 지금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외치시던 모습, 대선 하루 전날 변심한 정몽준의 집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서던 쓸쓸한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어린 아들들과 춤을 추었던 즐거운 순간도 생각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에 한나라당과 극 보수 세력으로부터 무조건 비토 당하고 사사건건 비난 받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특히 “좌회전 깜빡이 넣고 우회전 한다”고 비난하는 소위 진보세력의 비아냥거림에 그는 더욱 속상해 하셨다.

퇴임 후 고향 봉화마을에서 손녀를 태우고 자전거 타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고, 검찰에 출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던 자들에 대한 분노에 가슴이 답답하다.

노무현 정신은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

답답함과 그리움을 잠시 내려놓고 좀 더 깊이 생각해 본다.

노무현은 무엇을 소망하였고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사실 그의 정치여정은 지역구도를 깨기 위한 도전의 역사이다. 낙선을 감수하며 계속해서 부산에서 출마한 것도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피나는 도전이었다. 그는 한국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출발점이 지역구도 타파라고 인식했었다.

나는 이런 인식에 동의하고 그의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우리 정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지역주의는 한없이 유치하고 저질스럽지만 모든 선한 가치를 매몰시켜 버리는 마력이 있다. 지역구도에 기초한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지 않고 우리 정치가 발전하고 사회가 진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노대통령은 새누리당과 대연정 제안까지 하셨겠는가?

나는 노무현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도, 무조건 영웅시하며 칭송하는 것도 반대한다.

이제 제발 무조건 비난하고 비아냥거리지도 말고, 또 노무현 팔아 출세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의 공과를 냉철하게 분석하여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극복할 것은 극복해야 한다. 하늘에 계신 노 대통령도 기뻐하실 일이다.

2014년 새해 첫 날 다짐해본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야겠다. 천박한 지역주의에 기초한  새누리와 민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뜨리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공평과 정의에 기반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워나가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

그분이 그토록 소망했던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정성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