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람들 > 익산시, 군산시

익산시, 군산시

황만길 지역진흥원장

휴일을 빼놓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군산에 간다. 익산에서 태어나 50년 이상을 살았고 십 수 년 동안은 전주를 오가며 활동했기에 익산은 내 인생의 터전이었다. 그런 내가 2년여를 군산에서 활동하다 보니 익산 시내에 나갈 일이 없다. 현재도 태어난 고향 황등에 살고 있지만 아침이면 나는 익산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군산 서수면을 거쳐 일터로 향한다.

군산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우선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황만길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좋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참 좋다.

사실 익산이 고향이지만 나는 익산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보다는 왜곡된 평가를 많이 받았다. 있는 그대로 황만길을 보기보다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거나 정치적 편견을 갖고 재단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기득권에 서지 않아도 비난을 받고 거버넌스를 추진해도 비난을 받았다.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익산의 시선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군산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없다. 군산보리의 명품화를 위해 2년 동안 일하고 있지만 행정은 협조적이고 농민들은 1,300여 농가의 소득원인 보리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일하는 나를 격려하고 있다. 편견이 없어 일할 맛도 난다. 그러다보니 군산보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보리가 되었고 보리가공제품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었다.

나는 죽어가는 익산의 서동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었기에 서동마를 활성화시킬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왜곡된 편견이 싫어 서동마향토산업 추진 과정에서 손을 뗐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현재 익산의 대표 브랜드인 서동마는 퇴보한 채 금마의 성실한 농민들 10여명에 의해 겨우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군산보리는 정부의 수매가 완전히 중단되어 2011년부터 재배면적이 대폭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재배를 기피하다보니 면적이 줄어들고 생산량도 급감해 결국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사라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보리를 살리기 위한 3년 동안의 노력으로 보리재배 면적이 대폭 늘어 매년 농가소득이 30억원 향상되었다. 보리가공업체 활성화로 부가가치가 매년 100억원 이상 신장되는 효과도 있었다.

편견이 없다보니 일을 하는 보람도 있고 성과도 있어 좋다. 군산의 보리를 사례로 들었지만 익산과 군산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군산은 지도층의 신뢰와 도덕성이 익산에 비해 높다. 시장을 비롯해 지역 유지들이 정직하고,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일을 추진한다. 자신의 인기를 위해 시민을 속이거나 소위 돌라먹는 행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 되는 일도 된다고 하고,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짓 행정이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을 비롯한 지도층의 신뢰 행정이 익산과 군산의 차이다.

둘째, 군산은 시정의 목표가 뚜렷하다. 경제성장을 통한 복지의 구현이 특징처럼 보인다.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를 활용해 안정적인 기업유치를 하고 기업 경영이 성공하도록 돕고 있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이 농촌, 복지 분야에 활용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은 시정의 목표가 무엇인지 헛갈린다. 「시민 모두가 행복한 익산」이란 슬로건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내가 만나 본 시민들은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표를 얻기 위한 곳에만 투자한다는 비판, 알지도 못하면서 투자한다는 비판, 두서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하는 행정이란 비판이 익산시민들에게서 쏟아지고 있다. 이런 목표 잃은 시정을 가리기 위해 막대한 홍보비를 사용해 시민의 눈과 귀를 막는 행정이 익산이라고 말한다. 목표가 없는 시정이 되어 버린 채 상상을 초월하는 홍보비로 유지하는 행정이 군산을 따라잡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셋째, 리더십의 차이다. 리더십은 자질의 문제다. 자질이 아니라 자리로 일하는 사람은 구성원, 조직원의 자발적 동력을 끌어낼 수 없다. 지도자의 자질은 리더십으로 표현되고 그런 리더십은 구성원, 조직원의 자발적인 역동성을 이끌어낸다. 시정을 이끌어가는 시장으로부터 오늘날 익산의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내세울 게 없다는 비판이 그래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익산은 인구가 군산보다 많음에도 항상 군산 다음으로 순서가 매겨진다. 언제까지 그럴지 모르겠으나 이대로 시정이 지속되는 한 익산이 군산보다 앞 순위에 있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익산을 걱정하며 군산을 향해 간다. 익산보다 군산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군산이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