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새해부터 정가가 뜨겁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안철수 신당이 창당을 예고하고 있기에 정치지형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번 지방선거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더 나아가서 안철수 신당, 기타 여러 당 모두에게 하나의 첫 번째 심판대의 의미를 가지기에 중요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를 확인해야 하며 동시에 새누리당 안에서의 친박, 비박구도의 변화의 시점이 된다. 민주당에게는 앞으로 수권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능력이 있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고 능력있는 세력이 비주류인지 주류인지를 확인하는 첫 자리가 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은 말할 것도 없다. 과연 안철수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도마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 어떤 이는 1년짜리 신당이 될 거라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과연 살아남을 것인지 주목된다. 소수 정당들의 운명도 중요한 관전포인트이다.

그런데, 어쩐지 씁쓸하다. 이 모든 결과물들을 결정짓는 힘은 유권자에게 있는데 유권자인 나는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잔치판의 주인공은 바로 난데, 내가 빠져있는 잔치판 같다. 이것이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정치하려는 사람만이, 한 자리 하려는 사람만이 분주하고 바쁘다. 그러나 나는 한가하다.

사실, 선거국면이 다가오면 적어도 초기에는 ‘이 사회가 어떻게 가야하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와 같은 다소 철학적이고 품위있는 논쟁이나 이야기들이 오가야 한다. 그 속에서 어떤 흐름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나 뽑아주세요”만 있고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다. 어떤 이는 원래 정치가, 선거가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이면서도 소외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리 분석, 저리 분석하면서 세력의 흐름이 이렇게 바뀌고 있네, 누가 누구를 도와주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온통 당파적 이야기만 난무하다.
어느 누구하나 이 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 익산이 잘 살기 위한 방도에 대해 고민 하는 사람이 없다.(전무하다면 거짓말이지만 사실 정말 적다) 물어오는 사람도 없다. 시민들은 무얼 생각하고 무얼 가장 힘들어 하는지 찾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해 무엇 하겠는가? ‘누워 침뱉기’다. 시민단체활동을 하고 있는 나 역시도 그러니……. 시민단체에서도 ‘어떻게 하면 정치에 영향력을 미칠 것 인가’는 고민하지만, 과연 ‘익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야기 나누지는 않는다.

선거국면에 가면 이런 이야기들이 잠길 거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당장 어떤 현실적인 힘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한번도 돌파해 본 적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번도 제대로 준비해 본 적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준비해 본 적도 없고 시도 해 본 적도 없으면서 현실타령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이 당장에 현실적인 힘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얼마나 본질적으로 접근했는가가 결정적일 때가 온다. 우리는 너무 쉽게 당장의 결과나 보이는 것만을 쫓았는지 모른다. 이런 조급함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우리 스스로 외면했는지 모른다.

『논어』에 정명(正名)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의 핵심을 다루는 말로 매우 유명하다. 그런데, 공자의 정명이라는 말에 제자인 자로 역시 그것이 뭐냐는 식으로 대꾸한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힘이 있는지는 모른다.

子路曰衛君 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必也正名乎 子路曰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자로편)

자로가 말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하면 선생님께서는 장차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명칭을 바로잡겠다." 자로가 말했다. "그런 것도 있습니까? 선생님께서는 너무 우회적이십니다. 그것을 바로잡아 무엇하겠습니까?"